[히말라야 통신]<7>빙하녹은 물 받아 먹고 씻고

  • 입력 2009년 10월 5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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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요리 능력이 미치는 곳은 대략 해발 5000m까지다. 고도가 너무 높으면 기압이 낮아 물이 낮은 온도에서 끓기 때문에 요리를 할 수 없다. 오은선 안나푸르나 원정대원들이 정상 정복에 나서기 전 베이스캠프(4190m)에서 ‘마지막 요리’를 하고 있다. 안나푸르나=한우신 기자
인간의 요리 능력이 미치는 곳은 대략 해발 5000m까지다. 고도가 너무 높으면 기압이 낮아 물이 낮은 온도에서 끓기 때문에 요리를 할 수 없다. 오은선 안나푸르나 원정대원들이 정상 정복에 나서기 전 베이스캠프(4190m)에서 ‘마지막 요리’를 하고 있다. 안나푸르나=한우신 기자
2일 정상도전 오은선 대장
짙은 안개-강풍에 ‘후퇴’
10일 이후에나 재도전 가능

해발 4190m에 차려진 베이스캠프와 5100m에 설치된 전진 베이스캠프는 오은선 대장(43·블랙야크)의 안나푸르나 정상 도전을 위한 전초 기지다. 속세보다는 하늘과 가까운 히말라야 베이스캠프. 이곳에서는 어떻게 생활할까.

오랜 베이스캠프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식량. 도시에서 베이스캠프까지는 나흘 이상 걸리기 때문에 포터들을 통해 한 번에 많은 양을 올려야 한다. ‘오은선 안나푸르나 원정대’는 3차 도전까지 염두에 두고 원정 기간을 40일로 잡고 25명분의 식량을 준비했다. 우선 기본적으로 쌀 200kg, 라면 8박스(1박스 30개), 컵라면 6박스(1박스 48개)를 준비했다. 김치 280kg은 한국에서 가져왔고 20kg은 현지에서 직접 담갔다. 닭 30마리와 염소 4마리 등 육류와 오이, 당근, 양배추, 감자 같은 야채 150kg에 배, 사과, 파인애플, 석류 등 과일 90kg은 모두 현지에서 구입했다.

베이스캠프에서 요리를 하는 사람은 현지 요리사 2명과 ‘키친 보이’라 불리는 보조요원 5명이다. 요리사들은 모두 한국 요리에 능숙하다. 요리사 중 1명은 ‘하이 쿡’이라 하며 고도가 높은 전진 베이스캠프에서도 요리를 해냈다.

하지만 인간의 요리 능력이 미치는 곳은 거기까지다. 캠프1(5600m)과 캠프2(6400m)에서는 뜨거운 물만 부어서 먹을 수 있는 즉석 요리로 끼니를 때워야 한다. 캠프3(6800m) 이상에서는 그마저도 힘들다. 오 대장은 사탕, 초콜릿, 비스킷 등으로 허기만 달랜 후 정상 공격에 나섰다.

먹는 것과 뗄 수 없는 것이 용변을 해결하는 일이다. 베이스캠프에서는 1.5m 정도 깊이로 구덩이를 판 후 천막을 쳐 화장실 2개를 만들었다. 구덩이가 다 차오르면 다른 구덩이를 파서 다시 화장실을 만든다. 이것 역시 베이스캠프에만 해당된다. 전진 베이스캠프를 비롯해 캠프1, 2, 3에서는 모두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베이스캠프에는 빙하 녹은 물이 흐르는 냇물이 있는데 식수이자 생활용수로 쓰인다. 물에 석회질이 많아 꼭 끓여 먹어야 한다. 아침에 조금씩 내려오는 물이 깨끗하기 때문에 가끔 머리를 감을 때면 끓인 물과 냇물을 섞은 물을 여러 대원이 나눠 쓰며 상쾌함을 느끼곤 했다.

한편 정상 도전에 나섰던 오은선 대장은 등정을 미루고 4일 베이스캠프로 돌아왔다. 오 대장은 2일 오후 11시 54분(한국 시간 3일 오전 3시 9분) 캠프3을 출발해 정상으로 향했으나 3일 오전 7시 고도 7400m 지점에서 화이트아웃(짙은 안개로 1m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과 강풍에 발이 묶였다. 오 대장은 캠프3으로 후퇴해 4일 다시 등정을 노렸지만 날씨가 더욱 나빠지자 철수했다. 현지 기상 예보에 따르면 안나푸르나에는 7∼9일 많은 눈과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상 재도전은 10일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7월 히말라야 낭가파르바트(8125m)에서 유명을 달리한 고미영 대장을 대신해 안나푸르나 등정에 나선 김재수 대장(46·코오롱스포츠)은 기상 악화로 베이스캠프로 철수한 후 이번 등정을 포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쳤다. 한국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한 후 내년 봄에 안나푸르나에 다시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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