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타격왕 만들기’ 씁쓸

  • 입력 2009년 9월 26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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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율 1위 박용택은 빼고 2위 홍성흔은 걸러보내고
SK 18연승… 전준호 첫 550 도루

테드 윌리엄스(보스턴·2002년 작고)는 메이저리그의 마지막 4할 타자다. 1941년 시즌 마지막 날 연속경기를 남겨 놓고 그의 타율은 정확히 0.400. 조 크로닌 감독은 경기 출전 여부를 윌리엄스가 직접 결정하도록 했다. 윌리엄스는 다음과 같이 말하면서 경기에 출전했다. “만약 내가 4할을 치지 못한다면 그만한 선수가 못 되는 것이다.” 그리고 연속 경기에서 홈런 1개를 포함해 8타수 6안타를 기록하며 타율 0.406으로 시즌을 마쳤다.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롯데의 올해 마지막 맞대결. 타율 1위 박용택(LG·0.374)과 2위 홍성흔(롯데·0.372)의 타격왕 싸움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선발 라인업이 전광판에 뜨는 순간 맥이 빠졌다. 김재박 LG 감독은 타율 관리 차원에서 박용택을 뺐다. 아픈 데도 없는 박용택은 더그아웃에 앉아 경기를 지켜봤다.

팬들의 실망은 계속됐다. LG 배터리는 홍성흔 타석만 되면 공을 바깥으로 빼기에 바빴다. 4타석을 모두 볼넷. 포수가 일어서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고의 볼넷이었다. 홍성흔은 허탈한 미소를 지었고 롯데 관중석에서는 야유가 터져 나왔다. 홍성흔은 다섯 번째 타석에서는 중견수 뜬공으로 아웃돼 타율은 0.371이 됐다.

이날 1만8227명의 관중은 박용택과 홍성흔의 방망이 대결을 기대했다. 하지만 올 시즌을 끝으로 LG 사령탑에서 물러나는 김 감독은 마지막 순간까지 소속 선수의 타격 타이틀이 더 중요한 듯했다. “비난은 순간이지만 기록은 영원하다”는 말을 남긴 1990년대의 한 노(老) 감독과 전혀 다를 바 없었다. 한편 SK는 두산을 8-4로 꺾고 역대 최다 연승 기록을 ‘18’로 늘렸다. 히어로즈 전준호는 KIA전에서 1회 도루를 성공해 최초로 통산 550도루를 달성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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