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최재균감독은 즐거운 죄인?

  • 입력 2009년 9월 7일 09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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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죄인이지요.”

6일 울산문수국제양궁장에서 열린 제45회 양궁세계선수권 여자리커브 개인 본선 8강. 윤옥희(24·예천군청)의 마지막 화살이 꽂히자 콜롬비아대표팀은 쾌재를 불렀다. 106-107. 나탈리아 산체스(콜롬비아)가 콜롬비아의 세계선수권 출전사상 최초로 4강에 진출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콜롬비아 감독은 그 흔한 미소 한 번 짓지 않고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2월 지구반대편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은 최재균(34·사진) 감독이었다. 최 감독은 “한편으로는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선배들에게 죄송하다”며 여운을 남겼다.

감독에게도 격의 없이 어깨동무를 하고 키스를 날리는 선수들. 즐기는 삶이 몸에 밴 남미의 선수들에게 강훈련을 들이대는 것은 여간 곤욕이 아니었다. “1주일이면 휴일이 이틀은 되는 것 같아요.” 동료의 4강 진출이 흥에 겨웠는지 콜롬비아 선수들은 음악을 틀어놓고,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잠시 뒤, 제자들의 틈바구니에 끼어 들어가는 최 감독. 사흘 가까이 걸려 날아온 보람이 있다는 듯, 최 감독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최 감독은 결혼 1년 만에 콜롬비아로 향했다. 신혼재미를 국제전화에 의존했던 부인 권정화(30)씨는 김해에서 울산까지 왕복 200km도 마다하지 않고, 매일 남편에게로 향하고 있다. “한국에 죄를 짓고, 와이프에게 또 한 번 죄를 짓네요.” 하지만, 죄인치고는 가벼운 표정. 최 감독은 “좋은 성적을 거둬야 결국 한국 양궁의 위상도 높아지는 것이 아니겠냐”며 웃었다.

울산|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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