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 오브 드림] 컵스 ‘100년의 고독’ 한국서도 탄생하길

  • 입력 2009년 9월 1일 09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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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국내 프로야구는 2년 연속 500만 관중을 돌파하며 사상 최다 관중동원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고 있다. 특히 주말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1·2위 팀간의 대결, KIA-두산의 3연전은 만원사례를 이루며 관계자들의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게 만들었다.

사실 근래 들어 야구장을 가야겠다는 분들이 상당히 많이 보인다. 야구를 싫어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찾아보진 않았던 분들도 야구장에 다녀왔다는 얘기가 부쩍 자주 들린다.

야구를 사랑하는 이로써는 정말 반가운 소식이다. 정말 오랜만에 1위에 등극한 KIA팬, ‘부산 갈매기’열풍을 불러일으킨 롯데팬 등 팀의 선전에 몇 년 만에 구장을 찾았다는 분들도 적지 않다. 그런데 불과 수 년 전을 돌이켰을 때 약간은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팀의 성적과 관중동원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내가 응원하는 팀이 지는 것을 보려고 구장을 찾겠다는 분들은 아마 찾기 어려울 것이다. 구장을 찾아 목이 터져라 응원하고 시원한 승리를 했을 때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도 가볍다. 그런데 마치 우리 인생사가 늘 좋은 일만 있기 어렵듯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매년 한결 같이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한다. 오히려 수년간 바닥을 헤매면서 ‘차라리 안보고 말지’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게 만들 때가 많다. 힘들 때 끝까지 나를 잊지 않고 격려해주며 힘을 주는 누군가가 필요하듯 팀도 마찬가지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올해로 마지막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지 101년째가 되는 시카고 컵스는 성적만 따지는 팬들이 있었다면 지금까지 팀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 올 시즌 60번의 홈경기에서 240만 관중을 동원한 컵스는 97.5%%의 티켓 판매율로 메이저리그 3위에 올라있다. 간신히 5할 승률에 턱걸이하고 있는 이들은 현실적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하지만 마치 지난 100년과 마찬가지로 리글리필드를 찾는 팬들의 발걸음은 줄어들고 있지 않다.

올해 다시 하위권을 맴돌며 내일을 기약해야 하는 팀들을 진정 사랑하는 팬이라면 나에게 따뜻한 도움을 줬던 손길을 기억하며 나의 팀, 우리의 팀에게 아낌없는 격려의 박수를 보내자. 어려울 때의 관심은 좋을 때의 그것보다 몇 만 배의 가치와 사랑을 느끼게 되고 100년간의 고독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송 재 우 메이저리그 전문가

인생은 돌고 돌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제자리다.아무리 멀고 험난한 길을 돌아가더라도 평안함을 주는 무엇이 있다면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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