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한국시리즈 뺨친 ‘단군시리즈’

  • 입력 2009년 8월 29일 08시 06분


1위 KIA와 위태롭게 2위를 달리고 있는 두산. 사실상 올해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의 주인공을 가리는 일전. 곰과 호랑이가 등장하는 단군신화를 빗대 ‘단군 시리즈’로까지 불린 KIA-두산의 잠실 3연전의 시작은 기대만큼 화끈했다. 특히 이날은 500만 관중 돌파와 함께 무려 12년 만에 정규시즌 주중 잠실경기 매진이 예상될 정도로 팬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오후 3시-‘줄을 서시오!’ 잠실 매표소

경기 시작 3시간 30분 전 잠실구장 인근은 벌써 혼잡스러웠다. 이미 지정석은 20일 모두 팔린 상태. 많은 팬들이 오후 4시부터 시작되는 일반석 입장권 현장판매를 기다리며 길게 줄을 섰다. 늦더위로 여전히 날씨는 후덥지근했고 햇살은 뜨거웠지만 시즌 최고 빅매치로 꼽힌 이날 경기를 보러온 팬들의 열정은 더 뜨거웠다.

○오후 4시-한국시리즈로 착각?

홈 두산의 덕아웃에는 평소보다 2배 이상 많은 20여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두산 김경문 감독은 “아니 이렇게나 많이들 오셨어?”라며 놀라기도 했다. 마침 관중 입장이 시작됐고 순식간에 내야 일반석은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가득 찼다. ‘한국시리즈 분위기가 물씬 난다’는 취재진의 말에 김 감독은 미소를 머금은 채 “아직 2위도 확정하지 못했는데 너무 앞서가는 거 아니냐”고 되물으면서도 “하늘도 높아졌고, 가을야구 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때맞춰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상일 사무총장이 두산 덕아웃을 깜짝 방문했다. 이 총장은 “오늘 한국시리즈라서 잠실에 왔는데 아니었냐?”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KIA 조범현 감독도 많은 취재진과 관중을 보며 “꼭 포스트시즌 게임을 하는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오후 6시-뜨거운 응원전

‘단군 시리즈’는 두산 팬들이 지은 이름. 결국 곰이 호랑이와 경쟁에서 이겨 인간이 되는 신화를 빌려 KIA를 이기겠다는 팬들의 염원이 담긴 명칭이다. 그러나 KIA 팬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조갈량이 있어 이번에는 호랑이가 곰을 이긴다’는 피켓까지 동원해 열띤 응원을 펼쳤다. 원정경기지만 KIA 팬들은 1루쪽 지정석 일부와 우측 외야 일부까지 노란색 막대풍선으로 ‘점령’하며 세를 과시했다.

○오후 7시30분-화끈한 타격에 후끈

양팀의 실질적 에이스 구톰슨과 홍상삼의 맞대결. 팽팽한 투수전이 예상됐지만 양팀 방망이는 1회부터 불을 뿜으며 열기를 더했다. 특히 1회 최희섭의 3점홈런, 이에 맞선 고영민의 3루타가 터지자 팬들은 열광했다.

그리고 3회 김상현의 3점홈런, 다시 이에 맞선 김현수, 김동주의 연속안타, 그리고 용덕한의 솔로홈런까지 더해지며 잠실을 폭발시켰다.

○오후 8시22분-12년 만에 잠실 주중 매진

오후 8시22분 3만500명째 관중이 입장하면서 매표소가 문을 닫았다.

잠실에서 페넌트레이스 주중 경기가 매진되기는 1997년 치열하게 선두를 다툰 당시 해태와 LG의 9월 12일 경기 이후 12년 만이다.

두산 경기로는 OB 시절인 같은 해 4월 29일 박철순의 은퇴경기로 치러진 LG전 이후 역시 12년 만이다.

잠실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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