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 브레이크] ‘귀·파 전쟁’ 외국인 감독 최후의 승자는?

  • 입력 2009년 8월 20일 08시 31분


1990년 대우 로얄즈를 이끌었던 동독 출신의 프랑크 엥겔 감독이 K리그 사상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으로 오른 이후 올해까지 총 13명의 이방인 감독이 등록됐다. 체계적인 훈련 방식 등 선진축구를 접목시켰다는 호평과 투자 대비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비판이 양립하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올해만큼은 ‘외국인 감독 전성시대’라는데 이의가 없다. 뚜렷한 하향세를 보인 외국인 선수들과는 달리 외국인 감독들은 양적, 질적으로 돋보인다. 올해 외국인 사령탑은 포항 파리아스(브라질)를 비롯해 제주 알툴(브라질), 서울 귀네슈(터키), 인천 페트코비치(세르비아) 등 4명으로 역대 최다다.

귀네슈 외국감독 대결 무패

○외국인 감독 중 귀네슈가 선두

이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성적. 19일 컵 대회 4강전만 하더라도 관심의 초점은 귀네슈와 파리아스의 머리싸움이었다. 포항과 서울이 4강에서 맞붙었기에 최소한 한 팀은 결승에 오른다. 정규리그 순위도 서울 1위, 포항 3위, 인천 5위, 제주 7위 등으로 국내 감독보다 월등하다. 6강이 출전하는 가을 잔치에 2-3팀의 외국인 감독이 초대될 가능성이 높다. 성적으로만 보면 분명 외국인 감독의 전술적인 우위가 느껴진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들 사이에도 자존심 싸움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올 시즌 외국인 감독끼리의 상대전적(정규리그+ 컵대회)을 살펴보면 귀네슈가 가장 앞선다. 귀네슈는 외국인 감독과의 맞대결에서 단 한번도 지지 않았다. 인천 페트코비치에겐 2승1무를 거뒀고, 포항 파리아스에겐 2승, 제주 알툴에겐 1승을 챙겼다. 파리아스는 귀네슈에게 2패를 당했지만, 인천엔 1승, 제주와는 1무를 기록 중이고, 페트코비치는 알툴과 한번 싸워 비겼다.

파리아스 단판승부에 강점

○승부는 타이틀의 향방

중요한 것은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되느냐이다. 역사에 남을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자만이 영원히 기억되기 때문. 특히 정규리그와 컵대회, 아시아축구연맹(AFC)챔피언스리그 등 3관왕에 도전하는 귀네슈와 파리아스의 다관왕 각축전이 뜨겁다. 외국인 감독이 국내 대회 타이틀을 따낸 케이스는 모두 7번. 그 중 정규리그는 1991년 비츠케이, 2007년 파리아스 등 2차례이고, 나머지는 컵대회(3회)와 FA컵(2회)이다. 경험에서 보면 파리아스가 유리하다. 정규리그와 FA컵을 동시에 거머쥔 최초의 외국인이다. ‘파리아스 매직’이라는 별명답게 단판 승부에 유독 강하다. 치밀한 작전과 과감한 승부수도 돋보인다. 하지만 귀네슈를 넘어야하는 것이 부담이다. 3년 계약의 마지막 해인 귀네슈는 올해엔 1-2개의 타이틀을 반드시 따겠다고 벼르고 있다. 게다가 귀네슈는 파리아스만 만나면 절대 강자다. 2007년 부임 이후 파리아스와 6번 맞붙어 5승1무의 완벽한 리드를 잡고 있다. 풍부한 선수자원과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감이 넘친다는 것이 그의 강점. 파리아스가 “국내에서 치러지는 대회에서 우승에 욕심이 있다면 서울을 꼭 만날 수밖에 없고,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전의를 불태우는 이유도 바로 귀네슈의 높은 벽 때문이다. 어쨌든 외국인 전성시대인 올 시즌 과연 최후의 승자가 누가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상암 |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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