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의 멀리건] ‘양용은 우승’ 최고의 스포츠외교

  • 입력 2009년 8월 18일 11시 12분


16일(현지시간) 미국의 지상파 방송에서는 두 가지 큰 이벤트가 있었다. 베를린에서 벌어진 세계 육상선수권대회 100m 결승과 PGA 챔피언십이었다.

육상은 NBC에서 중계를 했고, 골프는 CBS가 했다. PGA 챔피언십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20분까지 무려 5시간20분 동안 마라톤 중계를 했다.

국내 시각으로 보면 9초58의 세계신기록을 세운 우사인 볼트의 100m 우승이 더 주목을 끌 수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달랐다.

미네소타 채스카에서 벌어진 PGA 챔피언십이 육상 세계선수권대회보다 더 관심을 끄는 대회였다. 바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때문이다.

실제 100m 결승은 10초안에서 승부가 끝나는데다가 언제 게임을 시작하는지 모른다. 예고는 하지만 관심 없는 이벤트를 TV로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PGA 챔피언십은 미 서부시간으로 11시45분부터 타이거 우즈가 첫 티업을 한다고 예고돼 있었다.

이번 양용은의 PGA 챔피언십 우승은 국내 선수가 어떤 세계적인 이벤트에서 우승을 거둔 것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TV방송 노출이 컸다. 우즈와 양용은은 4시간30분 동안 미 전역으로 중계된 CBS에 일거수일투족이 비쳤다. 역대 어느 선수도 양용은처럼 오랫동안 미 지상파에 방영된 적이 없었다. 미국의 골프방송은 선두권에서 멀어지면 그 때부터 TV 화면에서 사라진다. 전날 비제이 싱이 우즈와 페어링을 했다가 처지자 화면은 공동 2위로 올라선 양용은과 파드리그 해링턴으로 옮겨졌다.

같은 메이저 대회라도 PGA 투어와 LPGA는 다르다.

여자 브리티시 대회는 케이블 방송으로 시차를 두고 중계됐을 정도다. 지상파 방송들이 미국 선수들의 우승 부재로 방송을 꺼려하고 있다.

PGA 투어의 메이저 대회는 3라운드부터 최종라운드가 5시간씩 지상파로 중계된다. 선두는 1홀부터 18번홀까지 경기 상황을 비쳐준다. 더구나 양용은의 경우 타이거와 마지막 71번홀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했던 터라 시청률은 올 메이저 대회 최고를 기록할 게 뻔하다.

이날 CBS의 메인 캐스터 짐 낸스는 “세계 랭킹 1위와 110위, PGA투어 70승을 거둔 타이거와 1승의 Y E 앵(양 발음을 이렇게 한다), 메이저 대회 14승과 무승의 대결이다”며 한 치도 밀리지 않는 양용은을 높이 평가했다. 낸스는 또 “Y E 양은 한국의 남쪽 섬 제주도 출신으로 현재 바람이 많이 부는데 그 덕인지 바람을 뚫고 흔들리지 않는 샷을 하고 있다”며 출신 배경까지 설명했다. 최경주가 K J 초이, 양용은이 Y E 양으로 불리는 것은 미국인들이 발음하기 어려워서 부르기 편하도록 이니셜로 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PGA 투어 메이저 대회 우승은 메이저리그의 20승보다 더 높이 평가한다. 시즌 MVP와 사이영상에 견줄 수 있는 게 메이저 대회 우승이다.

마스터스 우승을 한 왼손의 마이크 위어, US오픈과 마스터스 우승자 앙헬 카브레라는 캐나다와 아르헨티나의 국민적 영웅이 됐다. 아시안 최초로 PGA 챔피언십에 오른 양용은도 대한민국의 영웅으로서 전혀 손색이 없다.

양용은의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PGA 챔피언십 우승은 돈으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린 최고의 스포츠 외교였다.

LA | 문상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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