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덕 내탓” KIA 배터리의 힘…1위 비결 알고보니 동료애

  • 입력 2009년 8월 8일 08시 37분


최근 몇 년간 하위권을 맴돌던 KIA. 해태의 영광은 모래알처럼 흩어졌다. 그러나 올 시즌 1위를 질주하고 있다. 1년 만에 무엇이 달라진 걸까?

4일 KIA의 서울 원정숙소인 한 호텔. 주장 김상훈은 선수들 전체에게 “내일 이대진 선배 선발등판이니까 오늘 전원 외출금지다”라고 말했다.

이대진이 마운드에 오른 5일 잠실. KIA 타자들은 1회에만 4득점하며 이대진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이종범은 “대진이 꼭 100승 챙겨주고 싶다”며 몸을 아끼지 않는 슬라이딩으로 호수비를 펼쳤다. 이대진은 이날 LG를 상대로 통산 99승을 거뒀다.

시간을 거꾸로 돌려 2008년 5월. 이대진이 두번째 고통스러운 재활을 거쳐 KIA 선발로테이션에 합류했다. 힘겨운 투쟁 끝에 다시 오른 마운드.

그러나 KIA 덕아웃은 평소와 똑같았다. 부임 첫해였던 조범현 감독은 선수들이 설렁설렁 플레이를 하는 모습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이대진 때문에 화났던 조범현 감독, 이대진 때문에 웃었다

경기가 끝난 후 조 감독은 선수단을 집합시켰다. 그리고 “이놈들아, 너희들은 동료애도 없냐? 선배가 얼마나 고생 끝에 마운드에 다시 올랐냐? 왜 그 점을 생각 못하냐”고 불호령을 내렸다.

조 감독은 지난시즌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선수들이 개인성적보다 팀과 동료를 먼저 생각하는데 중점을 뒀다. 그리고 올해 그렇게 쌓인 팀워크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이대진 때문에 선수들 전체가 힘을 냈다는 소식을 들은 조범현 감독에게는 기쁨의 미소가 떠날 줄 몰랐다.

○서로 칭찬하기 바쁜 배터리

다시 2009년. 99승을 거둔 이대진은 “상훈이가 리드를 정말 잘해줘서 이길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 말을 전해들은 김상훈은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어요. 전 한 일이 없어요. 대진이형이 잘 던져서 이겼지 무슨 리드가 좋아서 이겨요”라며 얼굴을 붉혔다.

○3할보다 팀 승리에 몸을 던지는 최고참

조범현 감독은 이대진으로 상징되는 KIA의 달라진 팀워크 중심에는 이종범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는 사실 이종범이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올해는 달라졌다. 본인도 얼마나 3할을 치고 싶겠냐? 하지만 주자가 있으면 무조건 팀 배팅이다. 말 한마디보다 고참이 나가서 팀 배팅을 하는 모습을 보고 선수들 전체가 하나가 된다”며 흐뭇해했다.

군산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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