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올스타전은 연예인 잔치?

  • 입력 2009년 7월 27일 20시 52분


마운드 위의 롯데 송승준은 간간이 공이라도 던졌다. 나머지 야수들은 하릴없이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보기 드문 광경이 4분 가까이 이어졌다. 그 시간 1루 응원단석에서는 연예인 몇 명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가수 백지영의 '대시'에 맞춰 막춤을 추고 있었다.

25일 광주에서 열린 올스타전의 한 장면이다. 정규리그에서도 5회말이 끝난 뒤 클리닝 타임에 연예인 공연은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날은 4회초가 끝난 뒤였고 수비하는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나와 있는 상태였다. 아무리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 올스타전이라도 문제가 있어 보였다.

올스타전 이벤트 가운데는 KBS '천하무적 야구단' 출연진이 등장하는 코너가 있다. 인기 프로그램인 만큼 관중들도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정해진 일정을 마친 출연자들은 경기장을 떠나지 않았다. 잠시 본부석에 앉아 있는가 싶더니 삼삼오오 몰려다녔다. 방송 카메라는 그들을 따라 다녔다. 일부 팬들은 그 주변을 맴돌았다. 사인을 요청하는 소녀 팬을 앞에 놓고 말장난을 하는 연예인도 보였다. 걸핏하면 경기 직전에 구단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전화를 걸어 여러 장의 공짜 표를 요구하기로 악명 높은 그였다.

'천하무적 야구단'은 식전 행사에서 올스타 선수들과 투타 대결을 해 질 경우 벌로 공연을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벤트에서 이기고도 '팬을 위한 서비스'라며 굳이 무대 위에 올랐다. 아마 그들은 10년 전 노래를 립싱크로 틀어도, 정체불명의 막춤을 춰도 연예인이 무대에 오르면 공연이고 팬 서비스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선수들이 어쩔 줄 모르고 우두커니 서 있어도 한 번 시작한 노래는 끝까지 틀어야 한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적어도 제작진은 그랬던 것 같다.

연예인은 어디를 가나 대접 받는다. 직접 야구를 하며 야구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프로그램의 출연자가 야구장을 찾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열심히 경기만 보면 좋겠다. 입장권을 사서 들어오면 더 좋을 것 같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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