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과 희망이 함께한 ‘올스타 한마당’

  • 입력 2009년 7월 27일 02시 57분


KIA 안치홍(19)이 25일 최연소이자 신인 최초로 프로야구 올스타전 최우수선수에 뽑힌 뒤 트로피에 입 맞추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KIA 안치홍(19)이 25일 최연소이자 신인 최초로 프로야구 올스타전 최우수선수에 뽑힌 뒤 트로피에 입 맞추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선동렬-김봉연 등 ‘해태 왕조’ 스타들 한자리에
MVP뽑힌 안치홍 “20년뒤 나도 전설 되고싶어”

장내 아나운서가 이름을 불렀다. 호명된 주인공들이 차례대로 그라운드에 등장했다.

1루수 김성한, 2루수 홍현우, 3루수 한대화, 유격수 서정환, 좌익수 이순철, 중견수 김일권, 우익수 김종모, 포수 장채근, 투수 선동렬, 그리고 지명타자 김봉연. 흐르는 세월에 모습은 변했지만 20년 전 ‘해태 왕조’를 이끌었던 전설의 스타들이다.

25일 광주에서 열린 올스타전을 앞두고 한국야구위원회(KBO)와 KIA는 의미 있는 이벤트를 준비했다. 각계 의견을 모아 타이거즈 베스트 10을 선정한 뒤 현장에서 발표했다. 이날 시구를 맡았던 원년 홈런왕 김봉연이 1988년 시즌을 마치고 은퇴했으니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건 20여 년 만이다. 1983년 처음으로 우승한 해태는 1986∼1989년 프로야구 역사에서 유일하게 4연패를 달성했다. 1990년대에도 4번 우승했지만 1997년을 마지막으로 좀처럼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사이 해태라는 이름은 KIA로 바뀌었다.

전설의 스타들은 행사를 마친 뒤 그라운드를 떠났다. 그들이 서 있던 자리는 젊은 올스타들이 채웠다. KIA 선수는 6명이나 됐다.

웨스턴리그 2루수로 출전한 KIA 신인 안치홍은 1-0으로 앞선 5회 승부에 쐐기를 박는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그리고 기자단 투표에서 36표를 얻어 역대 최연소 및 신인 최초로 올스타전 최우수선수로 뽑혔다. 1990년에 태어난 안치홍은 “나도 20년 후 타이거즈의 전설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1993년 입단해 ‘제2의 전성기’에 앞장섰던 이종범은 1회 결승 2루타를 포함해 4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했지만 후배에게 9표를 뒤져 전직 사장들의 모임인 선구회상 수상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웨스턴리그 선발 KIA 윤석민은 우수 투수로 뽑혔다. KIA 소속 선수들의 활약에 힘입어 웨스턴리그는 이스턴리그를 7-3으로 꺾고 5년 연속 패배에서 벗어났다.

일찌감치 1만2000석의 관중석을 가득 메운 관중은 타이거즈의 전설과 희망을 함께 봤다. 2009년 올스타전은 광주 팬을 위한 드라마였다.

광주=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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