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행, 어려운 길이기에 택했다”

  • 입력 2009년 7월 15일 08시 21분


“환경·문화 적응 어려워 매력 도전보다 많은 경험 원할 뿐”

“어려운 길인 것을 알기에 사우디를 택했다.”

이영표(32)는 최근 발간된 자서전에서 ‘실패가 온전한 실패가 아니고 성공 역시 성공일 수만은 없다’고 했다. 다소 아리송한 이 말에는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고민하고 살아가고 싶다’는 그의 철학이 묻어난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알 힐랄로 이적해 주변을 놀라게 한 그의 깜짝 행보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이영표는 14일 소속 팀의 전지훈련지인 오스트리아로 떠나기에 앞서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어려운 길이어서 선택했다. 환경이나 문화가 적응하기 어렵다는 게 더 매력적이다. 갑작스럽다고 하지만 사실은 오래전부터 제의가 왔고, 1년 이상 심사숙고해서 내린 결정이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조건을 조금만 낮추면 충분히 유럽에서 계속 뛸 수 있다. 그러나 유럽무대는 충분히 경험했기에 사우디를 택했다. 축구 선수로는 나이가 많지만 인간으로서는 아직 어리다. 도전이라기보다는 좀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사우디의 높은 축구 수준과 관중들의 뜨거운 열기도 그의 이적 결심에 한 몫을 했다. 이영표는 “사우디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들의 수준이 매우 뛰어나고 축구 열기도 높다. (설)기현이를 통해 사람들이 순수하고 착하며 축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그의 ‘마이 웨이’ 행보는 계속될 것 같다.

이영표는 “알 힐랄에서 2년 계약을 원했지만 내가 1년만 뛰겠다고 했다. 도르트문트로 갈 때도 마찬가지였다. 축구환경이 급변하고 있기에 앞으로도 1년씩만 계약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영표의 이번 이적을 놓고 꾸준한 출전기회를 잡기 위해 사우디 행을 택했지만 오히려 이것이 내년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 선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것도 사실.

이영표는 이에 대해 “꾸준한 출전만이 대표팀 선발의 결정적 이유는 아니다. 나는 12년 간 대표팀에 있었다. ‘어디’가 아니라 ‘어떻게’가 더 중요한 것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인천국제공항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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