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스승님 영전에 이 홈런을 바칩니다”

  • 입력 2009년 7월 6일 02시 57분


하늘나라로 떠나는 스승에게 바치는 맹타였을까. 클리블랜드의 추신수(큰 사진)가 4일 오클랜드와의 홈경기에서 연타석 홈런을 포함해 5타수 4안타 7타점 4득점의 맹활약을 펼쳤다. 이날은 부산고 시절 은사이자 아버지처럼 여겼던 조성옥 동의대 감독(작은 사진)이 유명을 달리한 날. 추신수는 “감독님은 내 두 번째 아버지와 다름없었다. 오늘 경기는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클리블랜드=연합뉴스
하늘나라로 떠나는 스승에게 바치는 맹타였을까. 클리블랜드의 추신수(큰 사진)가 4일 오클랜드와의 홈경기에서 연타석 홈런을 포함해 5타수 4안타 7타점 4득점의 맹활약을 펼쳤다. 이날은 부산고 시절 은사이자 아버지처럼 여겼던 조성옥 동의대 감독(작은 사진)이 유명을 달리한 날. 추신수는 “감독님은 내 두 번째 아버지와 다름없었다. 오늘 경기는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클리블랜드=연합뉴스
추신수, 부산高시절 스승 조성옥감독 주말 타계 소식에 눈물의 ‘애도 홈런’
“내가 힘들어 할 때도 끝까지 믿어주셨던… 오늘의 나를 있게 해주신 제2의 아버지셨습니다”

“스승님 영전에 이 홈런을 바칩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추신수(27·클리블랜드)가 태평양 너머에서 스승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하는 ‘애도 홈런’을 날려 보내왔다.

추신수는 4일 오클랜드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하늘이 무너지는 얘기를 들었다. 부산고 시절 스승이었던 조성옥 동의대 감독이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다. 조 감독은 4월 대학야구 춘계리그에서 팀을 정상에 올려놓은 뒤 암이 발견돼 치료를 받아왔지만 이날 오전 48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다.

추신수에게 조 감독은 아버지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1984년 롯데에 입단해 12시즌을 뛴 조 감독은 1997년 추신수의 입학과 함께 부산고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만능 플레이어 추신수를 길러냈다.

초중학교 시절 또래와는 비교도 안 되는 기량으로 부산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린 추신수였지만 조 감독은 그를 엄하게 가르쳤다.

추신수는 ‘아무리 잘해도 칭찬 한번 안 해주던 분’으로 조 감독을 기억한다. 추신수와 조 감독은 2000년 캐나다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 선수와 사령탑으로 함께 출전해 우승컵을 안은 인연도 있다. 추신수는 대회 최우수선수와 우수 왼손투수로 뽑히면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눈에 띄었고 그해 시애틀에 입단했다.

추신수는 4일 경기에서 스승을 떠나보내는 슬픔을 방망이에 실어 토해내듯 맹타를 휘둘렀다.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첫 연타석 홈런을 포함해 5타수 4안타 7타점 4득점의 원맨쇼. 추신수는 5회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3점 홈런으로 첫 번째 애도포를 쏘아 올렸다. 스승을 떠나보내는 길에 한 방의 애도포로는 부족했던 것일까. 그는 다음 타석인 7회 다시 밤하늘을 가르는 홈런을 날렸다. 경기 후 추신수는 “조 감독님은 내가 힘들어할 때도 끝까지 나를 믿어준 아버지 같은 존재”라고 밝혔다.

추신수의 맹활약에 클리블랜드 지역 언론을 포함한 각 인터넷 게시판에는 ‘진정한 만능 선수’ ‘클리블랜드 간판’ 등 그를 격찬하는 팬들의 글이 쏟아졌다.

클리블랜드 에릭 웨지 감독은 “훌륭한 전천후 선수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치켜세웠다.

추신수는 5일 오클랜드와의 경기에서도 우익수 겸 4번 타자로 선발 출장해 3타수 1안타로 3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하며 타율 0.301을 유지했다. 클리블랜드는 5-2로 이겼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