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의 조연, US오픈 주인공이 되다

  • 입력 2009년 6월 24일 02시 59분


‘속 터지고… 아쉽고… 담담하고…’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12번홀에서 티샷을 한 뒤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모자를 눌러쓴 채 걸어가고 있다(왼쪽 사진).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은 리키 반스(미국)가 18번홀에서 파 퍼트를 놓친 뒤 이마에 손을 대며 아쉬워하고 있다(가운데 사진). 왕년의 세계 1위 데이비드 듀발(미국)이 18번홀을 파로 끝내 공동 2위를 기록한 뒤 담담한 표정으로 갤러리들에게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파밍데일=EPA 로이터 연합뉴스
‘속 터지고… 아쉽고… 담담하고…’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12번홀에서 티샷을 한 뒤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모자를 눌러쓴 채 걸어가고 있다(왼쪽 사진).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은 리키 반스(미국)가 18번홀에서 파 퍼트를 놓친 뒤 이마에 손을 대며 아쉬워하고 있다(가운데 사진). 왕년의 세계 1위 데이비드 듀발(미국)이 18번홀을 파로 끝내 공동 2위를 기록한 뒤 담담한 표정으로 갤러리들에게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파밍데일=EPA 로이터 연합뉴스
지역 예선 거친 세계71위 글로버 첫 메이저 우승… 통산 2승

재기 나선 듀발-아내 위해 출전 미켈슨 2위… 우즈 6위 그쳐

병마(유방암)와 싸우는 아내를 위해 트로피를 바치려던 필 미켈슨(39), 최악의 부진에 허덕이다 극적인 인생역전을 노린 데이비드 듀발(38), 지난해 다리를 절며 18홀 연장전 끝에 우승한 뒤 2연패에 도전한 타이거 우즈(34·이상 미국). 저마다 극적인 드라마를 꿈꾸며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정작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연이은 폭우를 뿌리던 하늘은 모처럼 파란 모습을 드러내며 ‘맨손의 사나이’ 루커스 글로버(30·미국)에게 승리의 미소를 보냈다.

악천후로 예정된 기간을 하루 넘겨 23일 미국 뉴욕 주 파밍데일의 베스페이지골프장 블랙코스(파70)에서 끝난 제109회 US오픈골프대회. 세계 71위로 지역 예선을 거쳐 출전한 글로버는 4라운드에서 버디 1개와 보기 4개로 3타를 잃었지만 16번홀(파4)에서 이날 유일한 버디를 낚은 덕분에 합계 4언더파 276타로 생애 첫 메이저 정상에 섰다. 2005년 후나이클래식에 이어 통산 2승째. 우승 상금은 135만 달러.

골프 장갑을 끼지 않는 글로버는 2001년 프로 전향 후 앞서 나왔던 US오픈에서 3차례 모두 컷오프 통과에 실패했다. 다혈질로 경기를 망칠 때가 많았지만 지난 시즌 종료 후 7주 동안 클럽을 잡지 않고 아내와 낚시, 여행 등으로 새롭게 인생의 눈을 뜬 게 우승의 비결이었다. 국산 샤프트 업체인 MFS의 ‘매트릭스 오직 엑스콘’ 제품을 사용하는 그는 71%의 페어웨이 안착률과 72%의 그린 적중률을 앞세워 정교하게 코스를 공략했다.

글로버는 15번홀(파4)에서 네 번째 보기를 해 미켈슨, 듀발에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하지만 16번홀에서 두 번째 샷을 핀 왼쪽 1.5m에 붙인 뒤 버디를 잡아 승부를 결정지었다.

미켈슨은 13번홀(파5) 이글로 추격전에 나섰으나 15번홀(파4), 17번홀(파3) 보기로 상승세가 꺾였다. 미켈슨과 듀발, 전날 단독 선두였던 리키 반스(미국)는 공동 2위(2언더파)에 머물렀다. 우즈는 라운드당 평균 퍼트 수 30개에 발목이 잡히며 공동 6위(이븐파)에 그쳤다. 앤서니 김은 공동 16위(3오버파), 최경주는 공동 47위(12오버파).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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