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세, 한때 북한팀내 ‘왕따’였다”

  • 입력 2009년 6월 19일 08시 21분


스타의식 반감…동료들 패스 안해 홍영조와 PK 갈등후 팀 화합 앞장

허정무호는 작년 9월 북한과의 최종예선 1차전(1-1) 졸전을 반전의 계기로 삼았다. 이후 허 감독이 과감한 세대교체를 단행하고 권위 의식이 없는 박지성에게 주장 완장을 맡기면서 대표팀은 승승장구, 20년 만에 무패로 월드컵 진출이라는 값진 결실을 맺었다. 44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북한에도 이번 최종예선 기간 동안 극적인 터닝 포인트가 있었으니 그 뒷얘기를 공개한다.

작년 초 3차 예선이 막 시작될 당시 북한대표팀 최고 스타는 정대세(가와사키 프론탈레)였다. 그해 2월 중국에서 벌어진 동아시아선수권 한국전에서 벼락같은 동점골을 터뜨리면서 스타덤에 오른 정대세에게 국내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북한선수단 내 묘한 기류가 감돌았다. 정대세가 스스로 자중했다면 큰 문제가 없었겠지만 그는 ‘끼’ 많은 청년이었다. 북한 선수들 가운데 유일하게 거침없는 언변을 발휘하며 국내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반겼다. 폐쇄적인 북한선수단이 이런 분위기를 반길 리 없었고, 곧 ‘기 싸움’이 시작됐다. 북한대표팀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는 “훈련 도중 볼 뺏기를 할 때 정대세가 ‘술래’가 되면 나머지 선수들이 담합해 끝까지 정대세를 술래로 만들었다. 경기 중에도 알게 모르게 정대세에게 가는 패스도 현저히 줄었다”고 귀띔했다.

하이라이트는 9월 한국전. 김남일의 반칙으로 얻어낸 페널티킥 키커를 놓고 정대세와 홍영조가 잠시 옥신각신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홍영조는 북한선수단 내에서는 정신적 지주와도 같은 존재. 정대세가 마음을 열 수 밖에 없었다. 그날 이후 자신이 팀의 중심이 아닌 일원임을 인정했고, 패스를 안 준다고 불만 하는 대신 볼을 받기 위해 더 부지런히 움직였다. 홍영조와 선수들 역시 바뀐 정대세를 기꺼이 받아들였고 결국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화보]박지성 천금 동점골…한국 무패 남아공행

[관련기사]“고맙다! 한국” 북한 비기고 웃었다

[관련기사][타임트랙] 북한, 1966년 伊 꺾고 8강 ‘세계 경악’

[관련기사]K리그, 고트비 잡았더라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