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 역시 두산전의 아쉬움을 일일이 떠올리며 “한팀에 계속 이렇게 발목이 잡히면 좋지 않다. 빨리 두산전에 꼬인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5월 이후 KIA가 힘을 내면서 3위를 달리고 있는 것에 “원래 팀 성적이 안 좋으면 고참하고 용병이 욕을 먹게 마련인데, 나로선 팀 성적이 나니까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KIA가 결국 두산과의 악연 고리를 시원하게 끊어냈고, 그 중심에는 결정적인 2타점 2루타를 때린 이종범이 있었다. 최근 부쩍 힘을 내고 있는 ‘바람의 아들’ 이종범은 ‘나는 아직 죽지 않았다’고 또 한번 고향 팬들 앞에서 포효했다.
이종범은 3-2 박빙의 리드 상황이던 7회 1사 1·2루에서 상대 두 번째 투수 오현택에게 유격수 키를 넘어 좌중간을 가르는 총알같은 2루타를 터뜨렸다. 두산의 추격 의지를 끊는 의미있는 한방이었다. 주자들은 여유있게 홈을 밟았고, 2루에 안착한 이종범은 오른손을 번쩍 치켜들고 그의 이름을 연호하는 홈 팬들의 환호에 답했다. 조범현 감독은 경기 후 “고참 이종범의 역할이 컸다”면서 두산전 악연 꼬리를 끊어준 노장의 활약에 박수를 보냈다.
전날 밤부터 왼쪽 눈에 다래끼가 생겨 이날 그라운드에 나오기 전 안과에 들러 치료를 받고 온 이종범은 “눈은 아직 불편하다”면서 “그동안 두산전에서 안타까운 경기가 많았는데 특정팀 상대 연패를 끊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나섰다. 후배들이 끝까지 집중력 있게 해준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승리의 공을 후배에게 돌렸다.
역대 최소경기 500도루와 1000득점에 각각 단 한개씩만을 남겨둔 그는 “기록은 어차피 달성될 것이니까 성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게 우선이다”라고 덧붙였다.
광주|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