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통신원의 현장리포트] “지성은 아시아의 영웅”

  • 입력 2009년 5월 29일 08시 14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열리기 하루 전인 26일 저녁(현지시간), 공식 기자회견장에는 맨유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리오 퍼디난드가 있었다. 수많은 그리고 다양한 국적의 취재진들이 몰려있던 기자회견장에서 자리에 있지도 않은 한 선수의 이름이 나왔다. 박지성이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내외신은 박지성에 대한 기사를 쏟아냈다. 대부분 박지성이 아시아인 최초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나설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결승전이 열린 로마 올림픽스타디움에는 6만2000여 관중이 몰려들었다. UEFA와 로마 당국의 통제에 따라 맨유 팬들은 경기장 북쪽 지역에 자리했다. 저마다 좋아하는 선수들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그 중에는 J.S. PARK도 눈에 띄었다. 그들 대부분은 아시아인들이었다. 한국에서 온 엄영기(36)씨와 김미연(31)씨는 박지성과 맨유를 보기 위해 거금을 투자했다고 한다. 입장권은 온라인 경매사이트를 통해 한 장당 200만원을 주고 구매했다. 여기에 비행기 티켓과 숙박비도 만만치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로마를 찾았다. 엄 씨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위해 휴가를 내고 로마로 왔다. 경기장에서 소리 높여 응원 해 박지성 선수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다. 그는 우리의 영웅이다”라고 말했다. 경기장 이곳저곳을 찍고 있던 야마시타(26·일본)도 박지성의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역시 만만치 않은 거금을 지불하고 암표를 산 야마시타는 “아시아 축구의 역사가 새로 쓰여지는 현장에 있어 기쁘다. 박지성은 모든 아시아인들을 위해 뛴다”고 말했다.

이들의 간절한 바람 덕분이었을까. 박지성은 이날 선발 출전했다. 챔스리그 결승전에 뛴 최초의 아시아선수가 된 것이다. 오른쪽 미드필더로 나서 후반 21분 교체될 때까지 66분간 뛰었다. 비록 팀이 0-2로 완패해 우승을 놓쳤지만 전 세계 230여 개국 1억 명 이상의 시청자들이 보는 경기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여줬다. 박지성의 출전이 의미있는 것은 아시아 축구선수도 유럽무대 최정상급의 경기에서 뛸 수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런 박지성의 활약에 많은 외신들은 지대한 관심을 보여줬다. 맨유가 완패했음에도 불구하고 뉴욕타임스나 텔레그라프, AP통신 등은 박지성이 출전함으로써 아시아인 최초로 챔스리그 결승 무대를 밟았다고 자세하게 전했다. 비록 준우승 메달을 목에 걸긴 했지만 박지성은 ‘아시아의 희망’ 으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

로마|이건 통신원

[화보]박지성 ‘아시아 축구 새 역사를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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