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의 위대한 재도전 亞 첫 챔스리그 결승 출전 “1년을 기다렸다”

  • 입력 2009년 5월 7일 07시 49분


28일 로마서 작년 결장 한풀이 별러

애써 태연한 척 했지만, 그의 눈은 떨리고 있었다.

우승 무드에 젖은 동료들 사이로 비친 그의 처진 어깨 위엔 낙담의 응어리가 자리했다. 2008년 5월22일, 2007-200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열린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한 박지성(맨유)는 축구 인생 최고의 쓴맛을 경험했다.

맨유 퍼거슨 감독의 “내가 그동안 내린 결정 가운데 가장 힘든 것이었다”는 고백은 그의 가슴 속 아픔의 더께를 대변해주고도 남았다.

절치부심한 지 1년. 6일 새벽(한국시간), 박지성은 아스널과의 챔스리그 준결승 2차전서 천금같은 선제골을 뽑고, 보란 듯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 포효했다. 맨유를 2년 연속 챔스리그 결승에 올려놓으며, 아시아선수 최초로 ‘꿈의 무대’에 서겠다는 위대한 도전의 선언이었다.

박지성은 “결승전은 모든 선수가 원하는 무대다. 결승에서 뛰고 싶다”고 밝혔다. 한 치의 틈도 없는 절박함이었다. 이에 퍼거슨은 “이번 결승전에서 박지성은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고 화답했다. 기대해도 좋을 가능성이었다. 현지 언론이나 전문가들도 박지성의 기용에 대해 이의를 달지 않는 분위기다.

자신의 저서 ‘멈추지 않는 도전’에서 “그래 한번 해보는 거야. 어차피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시작했잖아”라고 썼다. 살아있는 도전 정신은 그를 지탱해 준 힘이었다.

덕분에 2002월드컵과 세계 최고 클럽 맨유 입단이라는 두 번의 꿈을 이뤘다. 또 하나의 꿈인 챔스리그 결승전 출전. 과연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을까. 결승전은 28일 로마에서 단판 승부로 열린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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