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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4월 25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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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드에 나서는 주말골퍼라면 이처럼 오락가락하는 하늘의 심술에 대처해야 한다. 모처럼의 필드 나들이가 고행길이 돼서는 안 될 일이다. ‘프로골퍼의 캐디 백에는 사계절이 다 들어 있다’는 말이 있다. 날씨 변화 속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유지할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이다. 국내 남자프로투어 신인왕 출신 김경태(신한은행)는 늘 손바닥만 한 크기의 수건을 준비하는데 비가 오면 4장까지 가방에 넣고 다니며 주로 그립을 닦는 데 사용한다. 비 오는 날 양피 장갑은 물기에 젖으면 미끄러져 대신 합성피 장갑을 쓴다. 비가 오면 두 홀에 하나꼴로 장갑을 바꿔 끼는 프로도 있다. 체온 유지를 위해 바지 안에 타이츠를 입거나 손난로, 귀마개, 털장갑 등이 필수품으로 꼽힌다.
비 올 때는 플레이 스타일도 달라져야 한다. 평소보다 신속하게 카트를 타고 내리거나 프리샷 루틴도 짧게 해야 그만큼 덜 젖게 된다. 옷을 껴입다 보니 몸놀림은 둔해지기 마련. ‘스리쿼터 스윙’이 좋다. 페어웨이가 젖어 런(굴러가는 거리)이 줄어든다. 티잉 그라운드에서 티를 높게 꽂고 페어웨이 우드로 티샷을 한다면 오히려 드라이버보다 캐리(날아가는 거리)를 높여 비거리를 더 낼 수도 있다. 공에 진흙이 많이 묻었거나 물이 일시적으로 고인 웅덩이 같은 캐주얼 워터에 빠졌다면 로컬룰로 구제를 받아 공을 옮기거나 닦은 뒤 좋은 라이에서 칠 수 있어 유리한 측면도 생긴다. 그린이 젖어 있으니 쇼트 게임은 핀을 직접 노려 공을 높게 띄우는 공격적인 샷도 해볼 만하다.
골프의 고향 스코틀랜드에서는 ‘비와 바람이 없다면 골프도 없다’는 속담이 있다. 자연 현상에 순응하며 느긋한 마음을 갖는다면 비바람 속에서도 색다른 라운드의 묘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바람에 강한 우산(차고 구석에 박아뒀다 꺼낸 10년 된 우산은 내다 버려야 한다. 약간의 투자가 필요하다)
○4, 5장의 마른 수건
○장갑은 많을수록 좋다
○방수 능력이 뛰어난 골프 전문 또는 스포츠용 우의(산책용 비옷은 별 도움이 안 됨. 한번 장만하려면 수십만 원이 들어가지만 그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좋은 모자(선캡은 금물. 비 올 때는 벙거지가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추위를 막아주는 1회용 핫팩
자료: 뉴욕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