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전 2골… 저도 믿기지 않았어요”

  • 입력 2009년 4월 10일 02시 55분


경남 FC 박민이 연습생 신화를 쓰고 있다. 지난해 연습생으로 프로에 입문한 그는 8일 처음 선발 출전한 전북 현대와의 컵대회에서 2골을 터뜨렸다. 사진 제공 경남 FC
경남 FC 박민이 연습생 신화를 쓰고 있다. 지난해 연습생으로 프로에 입문한 그는 8일 처음 선발 출전한 전북 현대와의 컵대회에서 2골을 터뜨렸다. 사진 제공 경남 FC
프로축구 ‘연습생 신화’ 쓰는 경남 수비수 박민

신인 드래프트 못받아

연습생 신분으로 출전

“한경기 한경기가 소중”

“올 시즌 목표가 3경기 이상 출전인데 벌써 3분의 1을 달성했네요.”

프로축구 K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했던 무명 선수가 데뷔전에서 대형 사고를 쳤다. 8일 전북 현대와의 컵 대회에서 2골을 터뜨리며 깜짝 스타로 떠오른 경남 FC 수비수 박민(23). 그는 0-1로 뒤진 후반 13분 골문 앞에서 혼전 중에 흘러나온 볼을 밀어 넣어 프로 데뷔 첫 골을 기록했다. 7분 뒤에는 코너킥 상황에서 공격에 가담해 헤딩슛으로 역전골까지 성공시켰다. 경기는 아쉽게 2-2 무승부로 끝났다. 경남 조광래 감독은 “박민의 활약은 예상하지 못했다. 슛 감각이 좋긴 했는데 2골이나 넣어 깜짝 놀랐다”며 흐뭇해했다.

박민은 지난해 대구대를 졸업하고 연봉 1200만 원을 받는 연습생 신분으로 경남 유니폼을 입었다. 매사에 긍정적인 그는 어려운 상황을 기회로 삼았다. 겨울 훈련에서 자신과 같은 16명의 연습생과 함께 단내 나는 훈련을 견뎠다. 언젠가 프로 무대에 서는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그를 눈여겨본 조 감독은 전북전에 선발 출전시켰다. 박민은 감독의 기대에 연속 골로 화답했다. 그는 “생각보다 빨리 데뷔전을 치렀다. 운이 좋았다. 이상하게 그날따라 골대가 넓어 보였다. 이런저런 운이 많이 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민은 대구대 재학 시절에도 184.7cm의 큰 키를 이용해 세트 피스 상황에서 곧잘 골을 넣었다. 뛰어난 점프력도 갖췄다. 그의 점프력은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농구를 한 덕분이다. 그는 “초등학교 때 농구 선수가 되고 싶었다. 만약 축구부 대신 농구부가 먼저 생겼다면 농구 선수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은 12일 FC 서울과의 홈경기에 선발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그는 “내년을 기약할 수 없는 연습생 신분이다 보니 한 경기 한 경기가 소중하다. 이제 한 경기를 뛰었지만 올 시즌 목표인 3경기를 넘어 남은 경기에 모두 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활짝 웃었다. 박민의 연습생 신화가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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