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고 포수 신세진 “형들에게 미안해 눈물났어요”

  • 입력 2009년 3월 31일 13시 11분


“형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 났습니다.”

30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63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동아일보사 스포츠동아 대한야구협회) 동산고와 포철공고의 마지막 16강전.

양팀이 1-1로 맞선 3회말. 1사 1,3루 득점찬스를 맞은 포철공고가 동산고 선발 김대웅(3학년)의 와일드 피칭을 틈타 2-1로 역전에 성공했다.

그런데 이때 동산고 포수 신세진(2학년)이 갑자기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역전은 허용했지만 경기 초반인데다 투수의 볼이 워낙 좋지 않아 블로킹을 실패한 포수를 아무도 탓할 이가 없었음에도, 그의 눈물은 계속해서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신세진은 공수교대 후 덕아웃으로 들어간 뒤에도 벽을 잡고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신세진은 왜 눈물을 흘렸는지 묻자 다시 눈시울을 붉히며 “블로킹 실패로 역전을 허용하면서 대학 진학이나 프로에 진출해야 하는 형들의 미래가 불투명해질 것 같아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 났다”고 대답했다.

그는 이어 “원래 성격이 내성적이고 여린 편이다. 또 누군가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면 눈물을 잘 흘린다”고 덧붙였다.

사실 신세진의 주포지션은 1루수. 훈련 때마다 투수들의 공을 받아주는 백업포수의 역할도 병행하고 있지만, 언제나 주전포수는 최지만(3학년)의 몫이었다. 그렇지만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와 입단 계약을 맺은 최지만이 대회를 앞두고 부상을 당했다. 최지만이 마스크를 쓸 수 없음에 따라 신세진은 이번 대회 1회전부터 동산고의 안방마님을 맡아야 했다.

이에 대해 신세진은 “그 동안 (최)지만이 형의 그늘에 가려 있었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내가 당당한 동산고의 주전포수다”라며 “나도 지만이 형처럼 좋은 평가를 받는 포수가 되고 싶다”고 욕심을 보였다.

주포지션을 소화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솔직히 1루수로는 대학에 가기 힘들다. 특히 프로는 더 어렵다”면서 “지금 소화하고 있는 포수로 반드시 성공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날 신세진은 타석에서도 방망이를 날카롭게 돌리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2-2로 팽팽히 맞선 4회초 1사 2,3루 상황에서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낸 것. 앞선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려는 ‘눈물의 한방’이었다.

그는 “커브를 노려쳤다. 빗맞았지만, 코스가 좋아 운 좋게 안타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황금사자기 특별취재반

고영준 기자 hotbase@donga.com

임동훈 기자 arod7@donga.com

김진회 기자 manu35@donga.com

사진=유영주 대학생 인턴기자

문자중계=박형주 대학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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