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vs 하라’ 칭찬도 작전?… 미소 뒤 숨긴 비수

  • 입력 2009년 3월 18일 07시 41분


싸우다 정든다는 말이 있다.

한국의 김인식(62) 감독과 일본의 하라 다쓰노리(51) 감독이 숙명의 맞대결을 앞두고 상대에 대한 칭찬을 하며 겸손의 미덕을 보여주고 있다.

마치 ‘형님 먼저, 아우 먼저’라는 과거의 빛바랜 광고 카피가 생각날 정도다.

하라 감독은 17일(한국시간) 팀훈련을 마친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김인식 감독을 극찬했다.

전날 김 감독이 멕시코전을 앞두고 “일본은 세계 최강팀, 최고의 강적”이라고 평가했다는 말을 전해들은 하라는 “한국대표팀도 정말 대단하다. 김인식 감독은 나보다 야구를 비롯해 모든 면에서 경험이 많은 능력 있는 감독이다. 그것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존경의 뜻을 타나냈다.

하라 감독 역시 이미 2차례나 전쟁터에서 직접 맞부딪쳐 봤기 때문에 적장이지만 김 감독의 빼어난 지략과 용병술에 대해 피부로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 느낌을 솔직하게 말하면서 경의를 표했다.

그러나 3차대전을 앞둔 양 감독은 칭찬 화술의 뒤편에 무서운 칼날을 숨기고 있다. 둘 중 한명은 울어야하는 모진 만남이다.

일본에서 1승1패로 동률을 이뤘지만 이미 지난 일이다. 장수에게 과거는 성찰의 대상일 뿐이다. 그리고 현재의 시간을 소모해 미래를 도모할 뿐이다.

하라 감독은 “한국과의 2번째 경기에서 패한 것에 부담을 가지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철저히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어쨌든 우리는 죽기살기로 해야 한다”며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한일간의 라이벌 의식에 대해 “우선 영토가 다르기 때문에 분명히 라이벌이다. 대단한 라이벌이지만 한국과 일본은 차이가 있다. 우리는 미국야구를 뛰어 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것이 일본야구의 가장 큰 목표다”라며 한국전 승리를 넘어 자신들의 궁극적 목표는 ‘세계일(世界一)’이라는 자신감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그러면서 “선취점을 뽑고 경기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이길 수 있다. 그것이 내가 한국을 상대하는 방법이다”고 덧붙였다.

하라 감독이 펫코파크에서 일본 선수들을 이끌고 나와 훈련을 지시하며 결전을 준비하는 사이 김인식 감독은 한국 선수들에게 휴식을 명령했다.

시차적응과 감기몸살로 시달리던 선수들이 하루 빨리 정상 컨디션을 회복하는 길은 현 시점에서는 훈련보다는 휴식이 낫다는 판단이다.

두 장수가 선택한 방법은 극명하게 달랐지만 그들은 칼을 갈고 있다. 머리 속에 수없는 상황을 가정하며 지략을 짜내고 있다.

과연 누가 4강행을 먼저 확정하고 웃을 것인가.

샌디에이고(미 캘리포니아주)|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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