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대만 꿇어!”…선발 출격 ‘첫 승 책임진다’

  • 입력 2009년 3월 6일 07시 27분


체인지업 앞세워 70구로 5이닝 이상 소화

김인식감독 ‘2연승 본선행’ 승부수

한화 사람들은 “류현진이 전력투구를 안 한다”고 말하곤 한다. 그 나이에 ‘살살 던지는 법’을 체득한 때문이란다. 그래서 류현진(22)은 ‘괴물’로 통한다. 작심하고 던지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일 수 있어서다.

그런 경기가 있었다. 베이징올림픽 캐나다전과 쿠바전이었다. 캐나다전은 1-0 완봉승을 해냈다. 9이닝 127구를 던졌다. 결승 쿠바전은 8.1이닝 2실점이었다. 123구를 던졌다.

이런 류현진이 6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만전을 앞두고 “생각하고 던지겠다”고 선언했다. 스스로의 표현을 빌리면 처음이란다. ‘괴력’보다 ‘생각’일 수밖에 없는 이유로 WBC는 투구수 제한이 있다. 류현진은 “70구로 5이닝 이상”이라고 목표를 명확히 말했다. 이 경우 대표팀은 7일 일본전을 대비해 불펜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한편 대만은 6일 한국전에 시속 150km대의 강속구를 뿌리는 우완 리전창(클리블랜드 마이너리그)을 선발로 예고했다.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쿠바전에서 6.2이닝 동안 3안타 1실점을 기록했던 투수다.

○키워드 1-체인지업

6일 대만전의 첫째 관전 포인트는 체인지업이다. 3년 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김인식 감독은 체인지업이 주무기인 서재응을 대만전 선발로 써서 성공시켰다. 3.2이닝 무실점(투구수 61개)을 기록했다. 예나 지금이나 대만 타자들은 힘은 출중하나 선구안이 떨어진다는 중평이다. 제2회 WBC를 앞두고 가진 세이부와의 최종 평가전(3일)에선 두자릿수 안타를 치고도 2득점에 그쳤다. 볼넷은 1개도 없었다.

아시아시리즈에서 SK 김성근 감독이 대만전에 채병용을 2년 연속 표적 등판시킨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스피드보다 컨트롤과 완급조절 능력, 몸쪽 승부가 강한 투수 앞에 대만은 약했다. 김 감독의 류현진 카드는 직구-체인지업의 완급 능력과 대담성에 점수를 줬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또 하나의 요인은 대만 타선에 좌타자가 늘어난 대목이다. 앞서 류현진은 2007년 12월 대만 타이중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아시아예선 대만전에 등판한 바 있는데 당시 5이닝 4안타 1볼넷 5삼진 2실점, 승리를 따냈다. 안타는 천진펑-후진룽 등 우타자에게 맞았다.

그러나 WBC 대만팀에 이 둘은 없다. 그나마 위협적인 우타자는 펑정민-가오궈칭뿐. 류현진은 “몸은 100%다. 비디오를 봤는데 발 빠른 선수가 별로 안 보여 홈런만 주의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 키워드 2-시나리오

둘째 관전 포인트는 류현진 투구 내용에 따라 대표팀의 플랜이 바뀌는 점이다. 일단 첫 경기부터 선발로 낙점한 건 최단거리로 미국에 가겠다는 의사표시다. 50구 투구시 4일 휴식이란 1라운드 룰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길 경기, 질 경기를 확실히 나눌” 김인식 감독의 전략상 초반 흐름이 나쁘면 미련을 버리고 빨리 내릴 수도 있다. 이 경우 대표팀은 패자부활전이란 우회루트를 통해 미국 가는 길을 뚫을 것이다. 결국 판단 재료는 류현진이다. 밑그림은 김 감독이 그리지만 류현진의 피칭에 따라 시나리오가 바뀌는 롤플레잉 게임 같은 WBC 아시아 라운드다.

도쿄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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