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추신수 잔류… 임태훈 긴급수혈

  • 입력 2009년 3월 5일 02시 58분


야구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3일 요미우리와의 평가전을 마친 뒤 자정을 넘겨서까지 회의를 했다. 4일 오전 7시까지 최종 엔트리를 확정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논의할 사안은 두 가지였다. 팔꿈치 통증으로 대회 출전 여부가 불투명한 추신수(클리블랜드)의 거취가 첫 번째였고, 남은 선수들을 교체하지 않고 함께 가느냐가 두 번째였다. 김인식 감독은 결론을 내렸다. 추신수는 엔트리에 남긴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투수 황두성(히어로즈) 대신 임태훈(두산)을 합류시킨다.

대표팀의 유일한 메이저리거 추신수는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 대표팀을 선발할 때부터 이름이 오르내렸다. 하지만 2006년에는 ‘병역 미필’ 국내파 선수들에게 밀렸고 지난해에는 구단의 반대로 베이징 올림픽 대표팀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다. 추신수로서는 병역 문제를 해결할 절호의 기회를 놓친 셈이었다.

너무 일찍 미국에 진출했기 때문에 성인이 된 뒤 한 번도 태극마크를 달아 보지 못한 추신수는 이번 WBC 대표팀에 뽑히기 위해 출전을 반대하는 구단을 직접 설득했다. 그리고 하와이 전지훈련 막판부터 대표팀에 합류해 누구보다 성실하게 훈련했다.

극적으로 합류한 임태훈은 아픈 기억이 있다. 지난해 올림픽 대표팀 최종 엔트리 24명에 포함됐지만 소집 닷새 만에 윤석민(KIA)으로 교체됐다. 평가전에서 부진했던 게 발목을 잡았다. 올림픽 대표팀을 맡았던 김경문 감독(두산)은 “그땐 자식을 떠나보내는 심정이었다. 요즘도 임태훈을 볼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있지만 당시로서는 최선의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런 임태훈이 이번에는 대회 개막 하루를 남기고 대표팀에 선발됐으니 인생유전이라 할 만하다. 임태훈은 “(대표팀 선발) 소식을 들었을 때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다. 너무 설레고 기뻐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지난 대회와 달리 이번에는 4강 이상의 성적을 올린다 해도 병역 혜택이 없다. 추신수도, 임태훈도 그 사실을 잘 알지만 대표팀에 자원했고, 대표팀 선발을 기뻐했다.

도쿄=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이승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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