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배의 열린스포츠] 꽃보다 홈런…좁아진 잠실구장 팬 부른다

  • 입력 2009년 2월 17일 07시 54분


‘가드는 팬들을 열광시키지만, 센터는 구단주를 웃게 만든다’는 농구격언처럼, 팬과 구단이 추구하는 방향은 일치하기가 어렵다. 팬들은 화려하고 공격적인 것을 좋아하지만, 프로구단은 승리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다’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특히 포스트시즌은 수비와 강력한 원투펀치가 게임을 매조지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월드컵 같은 빅 경기는 더하다. 대부분의 팀이 ‘지지 않는 경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누구라도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연간 100게임 이상 진행되는 프로야구 정규시즌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고 달라져야 한다. 팬 친화적인 발상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야구팬들은 무엇을 진정으로 원하는가? 일단은 공격적인 스타일을 선호한다. ‘야구의 꽃은 홈런’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팬들이 스포츠에 몰입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근원적 경향성의 정화’이다. 여기에서 근원적 경향성은 인간의 본질적 공격성을 의미한다. 즉 스포츠는 공격성으로 먹고 산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야구장 대기타석에서 자기순서를 기다리며 연습 스윙하는 타자를 자세히 본적이 있는가. 일반적으로 이때 타자의 뇌는 온통 공격적인 로직으로 재배열되며, 투수를 ‘박살’내기 위한 의지로 충만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갑자기 번트 사인이 나오면 타자의 뇌는 순간 혼란을 겪으며 흐트러진다. 전의상실을 느끼는 순간이다. 그리고 공격성이 꺾이는 순간 자신감을 상실한다.

슈퍼스타의 경기스타일을 보라. 대부분 공격적이다. 야구에서 팬들이 투수보다 타자를 더 선호하며, 투수 중에서도 주로 정통파에 대해 집착하는 이유는 인간의 본성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투수의 완봉을 보기위해 경기장에 가는 사람보다는 이승엽, 김태균, 이대호의 한방을 보기위해 경기장을 찾는 사람이 더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LG가 홈런양산을 위해 잠실구장을 올 시즌부터 축소하기로 결정한 것은 팬 친화적인 발상이다. 적어도 팬들에게는 잠실구장처럼 넓은 구장이 갖는 메리트가 별로 없다. 서울 구단에서 홈런왕을 본지가 어언 몇 해이며, 경기후반 한방으로 인한 역전에의 꿈 또한 쉽지 않다. 갈증해소가 어려우면 뭔가 허전할 수밖에 없다. 구장을 줄인다고 LG에게 유리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중요한 것은 야구의 매력을 배가시키고, 팬들이 원하는 ‘공격성’에 보조를 맞추겠다는 자세에 있다. 단지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두산의 동의를 얻지 못해, LG 홈경기에만 적용된다는 사실이다. 가변펜스 설치의 단점은 시각적으로 깔끔하지 못하다는 것과 일정부분 홈런의 질에 대한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산이 반대하는 이유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동참할 필요가 있다. 공격성을 죽이면 스포츠는 존재이유를 상실할 수 있음을 상기하자.

-전용배

-동명대학교 체육학과 교수. 요기 베라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경구를 좋아한다. 현실과 로망은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로망과 스포츠의 '진정성'을 이야기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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