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투어 하반기 12개 대회서 6승 드라마 펼친 서희경

  • 입력 2008년 11월 28일 02시 59분


2006년 데뷔후 47개대회만에 무관 설움 날려

우승 물꼬트니 술술 풀려… “내년 5승 해야죠”

2006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데뷔 후 올 상반기까지 46개 대회에서 단 1승도 없었다. 무관에 한숨짓던 그가 하반기 12개 대회에서 절반인 6승을 거두며 상금 6억 원을 돌파해 일약 인기 스타로 떠올랐다.

신데렐라 같은 스토리의 주인공은 ‘필드의 패션모델’ 서희경(22·하이트).

잊지 못할 시즌이 끝났지만 요즘 그는 더 바쁘다. 인터뷰와 행사 참가 요청이 쏟아지고 12월 11일 열리는 KLPGA 시상식에서 동료 프로들과 선보일 인기 댄스곡 ‘노바디’ 공연을 위해 춤 연습에도 땀을 쏟고 있다.

“식당이나 공항에 가면 저를 알아보는 팬들이 부쩍 많아져 뿌듯해요. 올해는 꿈만 같고 복이 터졌어요.”

그의 골프 인생에 새 전기를 마련한 대회는 8월 하이원컵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토록 원하던 첫 우승을 했잖아요.”

서희경은 당시 첫 승을 둘러싼 이런저런 뒷얘기로 화제를 뿌렸다. 친한 사이인 홍란의 우승 재킷을 빌려 입고 그 기운을 받았다거나, 국내 최강 신지애와 광주에서 동반 훈련을 하며 골프에 새롭게 눈을 떴다는 얘기도 나왔다. 평소 감정 기복이 심했던 그는 대회를 앞두고는 장어를 먹지 않는 징크스도 깨고 싶어 하이원컵 전날에는 장어까지 먹고 나왔다.

우승 물꼬를 튼 서희경은 사상 첫 3주 연속 우승의 대기록을 세웠고 지난주 세인트포대회와 ADT캡스 챔피언십에서는 2주 연속 극적인 역전 우승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우승이 없을 때는 조급증에 시달리다 망칠 때가 많았어요. 우승하고 나니 여유와 자신감이 생겼죠. 집중력도 좋아지고 선두에 몇 타 뒤져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요.”

서희경은 가까운 후배 신지애를 성공 도우미로 꼽았다. 신지애와의 훈련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계기가 됐으며 신지애에게서 용기가 되는 조언을 자주 받았다는 것.

“지애는 뭔가 안 된다 싶으면 잘될 때까지 밤이 깊도록, 자정까지도 계속 몰입하더라고요. 나보다 나은 지애의 그런 모습에 ‘나는 뭔가’라고 자문하게 됐죠. 지애는 정신력과 뚝심이 대단해 미국에서도 성공할 거예요.”

뛰어난 미모를 지닌 서희경은 “우리 또래가 외모에 신경 쓸 때”라며 “시간 나면 집에서 팩도 하면서 피부 관리를 한다. 대회 기간에 입을 옷도 미리 꼼꼼히 준비한다”며 웃었다. 주류 회사의 스폰서를 받고 있는 그의 주량은 맥주 2병에 소주 1병. 우승할 때마다 동료들에게 맥주 축하 세례를 받다 보니 휴대전화에 술이 들어가 고장 난 적도 있다.

서희경은 신지애가 미국에 진출하는 내년에 국내 무대에서 ‘넘버 원’을 차지할 강력한 후보다. 동계훈련에서는 웨이트트레이닝과 밸런스 운동 등으로 체력을 길러 260야드에 이르는 드라이버 비거리를 시즌 내내 유지하고 샷의 정교함도 끌어올릴 계획이다.

“기대가 큰 만큼 걱정도 많아요. 올해 너무 잘해서요. 하지만 부담이 없으면 마음이 해이해질 수 있으니 자극이 될 것 같아요. 더 노력할 겁니다. 내년에 적어도 5승 이상은 해야죠.”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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