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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18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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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과 삼성의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2차전.
7회 이후 이어지던 양 팀의 ‘0의 행진’은 14회 삼성의 공격에서 끝이 났다.
2사에서 7번 채태인이 두산의 8번째 투수 금민철로부터 왼쪽 안타를 뽑아낸 게 발판이 됐다. 삼성은 다음 타자 김창희의 안타로 2사 1, 2루를 만들었고 두산은 불을 끄기 위해 투수를 이용찬으로 바꿨지만 이게 화근이었다. 이용찬은 신명철에게 싹쓸이 2루타를 맞았다. 신명철은 상대 수비의 허를 틈타 3루까지 내달렸고 다음 타자 박한이의 2루타 때 홈까지 밟았다. 7-4로 이긴 삼성은 1승 1패로 균형을 맞췄다.
양 팀 모두 사력을 다한 혈투였다. 각종 최다, 최장 기록이 쏟아져 나왔다. 한국시리즈를 기다리고 있는 SK 김성근 감독은 즐거웠을 법했다.
5시간 7분으로 역대 플레이오프 최장 시간. 이전 기록은 2000년과 2007년에 4시간 25분이 두 번 있었다. 14회로 역대 최장 이닝. 이전 기록은 1999년 대구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1차전 삼성과 롯데의 연장 12회.
투수는 두산 9명, 삼성 8명이 마운드에 올랐다. 양 팀 합쳐 17명으로 역대 포스트시즌 사상 가장 많은 투수다. 이전에는 14명이 출전한 경우가 세 번 있었다. 한 팀에서 투수 9명이 나온 것은 2006년 삼성과 한화의 한국시리즈 5차전 이후 두 번째다.
전날 1차전에서 삼성이 기록한 7개 안타 가운데 3개를 쳐냈던 신명철은 2차전 선발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과거 포스트시즌에서 강했던 2루수 김재걸에게 자리를 내줬던 것. 하지만 타격감이 좋았던 신명철은 연장 11회 조동찬 대신 투입됐고 세 번째 타석에서 천금 같은 결승타를 때렸고 이날 MVP로 선정됐다.
이날 선취점은 두산이 올렸다. 3회 1사에서 9번 전상렬이 3루수 앞 기습 번트로 기회를 만든 뒤 오재원의 2타점 3루타 등을 앞세워 3-0으로 앞서 나간 것. 하지만 삼성은 4회 두산 선발 맷 랜들이 볼넷 4개를 허용한 틈을 타 희생플라이로 1점을 만회한 뒤 7회 양준혁의 적시타와 두산 포수 채상병의 패스트볼, 최형우의 적시 2루타로 4-3 역전에 성공했다. 두산은 이어진 7회 채상병의 적시타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데 만족해야 했다.
3차전은 19일 오후 1시 30분 대구에서 열린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지키는 야구 전략의 실패
▽두산 김경문 감독=3-1로 앞서던 상황에서 지키는 야구 쪽으로 갔는데 잘못 판단한 것 같다. 계속 더 점수를 내는 쪽으로 작전을 맞췄어야 했던 거 아닌가 싶다. 홈에서 1승 1패를 했으니까 삼성이나 우리나 3승을 더 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3차전은 적지에서 싸우는 경기지만 편안한 기분으로 하겠다.
배수진 치고 투수 총동원
▽삼성 선동렬 감독=원정경기에서 1승 1패를 목표로 했는데 일단 목표를 달성해서 홀가분하다. 2패 하면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분위기 반전이 힘들다고 판단해 배수의 진을 치고 투수진을 총동원했다. 박석민이 부상으로 선발에서 빠져 공격력이 약화된 게 사실이지만 오늘 경기에서 부진하던 최형우의 컨디션이 나아진 것 같아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