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지성 UAE전 V휘슬 “작전은 엔조이”

  • 입력 2008년 10월 15일 08시 10분


오늘밤 운명을 건 월드컵 최종예선 “승리는 우리 것…부담 잊고 즐겨라”

“경기를 즐겨라.”

2002년 한일월드컵 폴란드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를 앞두고 당시 거스 히딩크 한국대표팀 감독은 지금도 회자되는 명언을 남겼다. 히딩크는 선수단 미팅에서 ‘경기를 즐겨라(Enjoy the match)’라며 짧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선수들에게 승부에 대한 부담을 주기보다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게 히딩크의 철학이었다.

심리전의 명수인 히딩크의 이 한마디는 태극전사들을 춤추게 했다. 16강에 진출하기 위해서 첫 번째 상대인 폴란드를 반드시 꺾어야 했던 태극전사들은 부담 대신 경기를 즐기며 2-0으로 완승, 4강 신화의 주춧돌을 놓았다.

당시 대표팀 멤버로 히딩크의 가르침을 받았던 박지성도 그의 철학을 살짝 빌렸다. 대표팀 주장 박지성은 2010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2차전 아랍에미레이트(UAE)와의 홈경기를 하루 앞둔 14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에게 ‘즐겁게 경기하자’라고 말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경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선수들 개개인이 너무 잘 알고 있다. 꼭 이겨야한다는 생각은 부담이 될 수 있고, 몸을 경직시킨다”면서 “그래서 경기장안에서 즐겁게 하려 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아울러 “우즈벡전 처럼 편하게 소속팀에서 하던 대로 경기를 하면 대표팀 경기력도 좋아질 것”이라며 편안한 심리 상태를 강조했다.

지난달 북한과의 1차전에서 비긴 허정무호는 UAE전에서 반드시 승리해 승점 3을 획득해야 한다. 앞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원정 등 힘든 경기가 이어지기 때문에 UAE와의 홈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본선 진출에 먹구름이 드리울 수 있다. 이런 절박한 상황은 코칭스태프는 물론 선수들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때문에 승리에 대한 부담감이 생길 수밖에 없고, 이것이 오히려 몸을 굳게 만들 수 있다. 승부를 내기 위해 지나치게 공격에 집중하다보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2차례 월드컵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등 굵직한 대회를 경험한 박지성은 중요한 경기일수록 즐겁고, 가벼운 마음으로 임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체득했다.

어느덧 대표팀 주장이 된 박지성이 몸과 마음으로 배운 소중한 지혜를 후배들에게 하나씩 전수해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암 |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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