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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11일 21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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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 아랍에미레이트(UAE)전을 대비해 치른 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벡)과의 평가전에서 2골을 터뜨린 이근호의 맹활약을 앞세워 3-0으로 대승했다.
모처럼 화끈한 공격축구를 선보이며 허정무호는 대표팀 출범 이후 무패행진(6승5무)을 이어갔다.
또한 이날 승리는 최근 슬럼프에 빠졌던 한국축구가 다시 되살아날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승리로 여겨진다.
이번 모의고사에서 공격은 어느 정도 합격점을 받았지만, 수비는 여전히 불안함을 노출시켰다.
그 동안 사용해오던 원톱에서 투톱으로 전환한 이날 경기에서 정성훈(부산)과 신영록(수원)은 높이와 스피드에서 좋은 기량을 선보였다. 특히 대표팀의 ‘늦깎이 새내기’ 정성훈은 A매치 데뷔전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위축된 모습 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무엇보다 측면이 활발했다. 오른쪽에서는 이청용과 최성국이, 왼쪽에서는 박지성과 김형범이 각각 포지션 스위치를 통해 쉴새없이 상대 수비진을 흔들며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다.
단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전반 신영록에게 찾아온 두 번의 완벽한 득점찬스를 살리지 못한 것. 골 결정력 보완이 숙제로 남았다.
그러나 수비에서는 많은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잦은 패스미스로 인해 경기 진행이 매끄럽지 못했고, 한국 수비진 뒷공간으로 패스가 이어질 경우 당황한 나머지 선수들의 커버 플레이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상대 공격 시 뒤로 물러나 쉽게 중거리슛을 허용하거나, 양쪽 측면을 내주는 등 훈련을 통해 조직력을 개선해야 할 부분들이 눈에 띄었다.
이날 4-4-2 포메이션을 가동한 허 감독은 최전방 투톱에 정성훈(부산)과 신영록(수원)을 출전시켰다.
좌우 측면 공격수에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청용(서울)을 내세운 허 감독은 수비형 미드필더에 ′더블볼란테′ 기성용(서울)-김정우(성남) 조합을 선보였다.
또 포백(4-back) 수비라인은 곽태휘(전남)-강민수(전북)-김동진(제니트)-이영표(도르트문트)로 구성했고, 골키퍼는 김영광(울산)에게 맡겼다.
한국은 후반 4분 만에 선취골을 터뜨리며 대승을 예고했다. 이청용의 오른쪽 크로스를 문전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기성용이 그림 같은 왼발 논스톱 발리슛으로 시원하게 골네트를 가른 것.
기선을 제압한 한국은 중원에서의 강한 압박과 활발한 측면 돌파로 조직력을 끌어올리며 시종일관 상대를 몰아쳤다. 전반 39분에는 왼쪽 측면 오버래핑을 시도한 김동진의 크로스를 신영록이 노마크 득점찬스에서 헤딩슛으로 연결했지만, 골대를 살짝 벗어나 아쉬움을 남겼다.
공격빈도에 비해 많은 소득을 올리지 못한 한국은 후반 공격수와 수비수를 합쳐 5명의 선수를 교체하며 기량을 점검했다.
빠른 공격 템포와 좌우 측면을 흔드는 플레이로 우즈벡을 서서히 압박하던 한국은 후반 3분 추가골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기성용의 오른쪽 땅볼 크로스를 문전 쇄도하던 이근호 가 몸으로 밀고 들어갔지만, 살짝 크로스바를 넘은 것.
하지만 한국은 후반 28분 추가골을 넣으며 더욱 기세를 올렸다. 중원에서 올라온 패스가 상대 뒷공간으로 이어지면서 노마크 찬스를 잡은 이근호가 오른발 감아차기로 골망을 흔들었다.
상승세를 탄 이근호는 후반 41분 다시 골을 터뜨리며 허정무호의 주득점원으로 떠올랐다. 세트피스상황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장신 스트라이커 서동현이 머리로 떨어뜨려 주자 이근호가 침착하게 트래핑한 뒤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팀의 세 번째 골을 선물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