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 저주’ 컵스 100년의 꿈 이룰까

  • 입력 2008년 9월 30일 08시 59분


포스트시즌 진출 팀들의 ‘PO 역사’

어느덧 길었던 2008 메이저리그 페넌트레이스 6개월의 대장정이 막을 내린다. 162경기나 되는 많은 경기를 치르면서도 승리의 여신은 그렇게 쉽게 행운의 손길을 뻗어주지 않는다. 페넌트레이스가 종료될 때까지 양대리그의 마지막 포스트시즌 행 티켓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니 말이다.

‘역사는 반복된다’ 혹은 ‘흐르는 강물을 막을 수 없다’를 각기 외치며 자신들이 최후의 주인공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 포스트시즌 진출팀들의 플레이오프 역사를 살펴봤다.

올해 포스트시즌 참가팀 중 가장 눈길을 끌 팀은 바로 시카고 컵스다. 1876년, 즉 내셔널리그의 창립 때 시카고 화이트 스타킹스라는 이름으로 참여한 당당한 창단멤버인 컵스는 월드시리즈를 2차례 우승한 팀이다. 문제는 1907년과 1908년 2연패 이후 정확히 100년 동안 우승의 축배를 들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월드시리즈 진출조차도 1945년이 마지막이다. 게다가 이때부터 그 유명한 염소의 저주가 퍼부어지면서 월드시리즈 무대에 서지 못하고 있다. 올해가 그 저주를 풀 수 있는 기회라면서 일찌감치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 짓고 결전의 날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이 통산 18번째 포스트시즌 진출이다.

2000년대의 맹주를 선언한 보스턴 레드삭스는 2연패, 그리고 최근 5년 사이 3번째 우승을 노린다. ‘밤비노의 저주’에 시달리며 그동안 철저히 라이벌 뉴욕 양키스의 그늘에서 신음했던 보스턴은 2004년 그 저주를 푼 뒤 절대강자로서의 위상을 세워가고 있다. 통산 19번째 포스트시즌 진출과 6차례 월드시리즈 우승. 보스턴은 최근 10년 사이 6차례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108년 팀 역사에서 이뤄낸 포스트시즌 총 진출횟수의 3분의1에 해당된다. 이제 조연에서 주연으로 확실히 부상하고 있다.

2000년대의 새로운 강자로 빼놓을 수 없는 팀이 LA 에인절스다. 2002년, 창단 41년 만에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이래 6년 사이 4번째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뤄냈다. 통산 8번째 플레이오프 진출로 신흥 엘리트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2002년 우승 당시 ‘랠리 몽키의 기적’을 재현할 수 있는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며 그동안 지역 맹주로 군림하던 LA 다저스를 위협하고 있다.

브루클린 시절부터 LA로 옮긴 후까지 영원한 명문으로 인정받고 있는 다저스는 20년 만에 정상 복귀를 꿈꾼다. 명문팀답게 이번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들 중 최다인 26번째 가을잔치 참가다. 2000년대 들어서 3번째 포스트시즌 진출이지만 굴곡이 심한 성적으로 과거 꾸준하게 강자로 견제 받던 시절과는 차이가 있다. 다저스는 브루클린 시절에 1차례, LA로 프랜차이즈를 옮긴 뒤 5차례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2년 연속 강호 뉴욕 메츠를 밀어내고 지구우승을 차지한 홈런군단 필라델피아 필리스는 125년이란 긴 역사에도 불구하고 포스트시즌 진출은 11번째다. 80년 마이크 슈미트를 앞세워 단 한번 월드시리즈 우승의 샴페인을 터뜨렸을 정도로 역사가 초라하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는 홈런왕 라이언 하워드를 필두로 체이스 어틀리, 팻 버렐 등 강력한 타선의 파워가 돋보인다. 필리스의 전성기는 역시 슈미트의 시대였던 76년부터 83년까지다. 무려 6번의 지구 우승을 차지한 당시의 영광을 꿈꾼다.

올 시즌 최고의 신데렐라 팀은 탬파베이 레이스다. 1998년 팀을 창단해 메이저리그 무대에 뛰어든 뒤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그것도 보스턴과 양키스를 밀어내고 지구 우승을 엮어냈다. 겁을 모르는 젊은 선수들의 기세를 포스트시즌까지 몰고 가 세상을 놀라게 하겠다는 각오다.

29일(한국시간) 최종전에서 결국 밀워키의 승리로 끝났지만 와일드카드를 놓고 치열하게 싸웠던 뉴욕 메츠와 밀워키 브루어스는 상반된 역사를 걸어왔다. 메츠는 1969년과 86년 단 2차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지만 명승부를 연출하며 자이언츠와 다저스가 떠난 뉴욕에서 ‘안티 양키스팬’들을 사로잡았다. 반면 밀워키는 39년의 역사 동안 2번의 플레이오프 진출에 그쳤고 1982년 이후 26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뤄냈다.

소시장 팀으로 진정한 ‘머니볼’ 야구를 구사한다는 미네소타는 에이스 요한 산타나와 타선의 리더 토리 헌터를 잃었지만 놀라운 팀워크로 2000년대 5번째 지구우승과 통산 4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려는 꿈을 꾸고 있다. 2005년 ‘블랙삭스 스캔들’을 잠재우는 통산 3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일궈낸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9번째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리고 있다.

팀도 많고 역사가 길다보니 수십 년간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팀을 흔하게 발견할 수 있다. 새로운 역사를 창출해 신흥명문을 꿈꾸는 팀들도 있고, 역사는 그냥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며 이를 지키려는 전통의 팀들도 있다. 그래서 풍부한 얘깃거리와 명승부를 낳는 포스트시즌이다. 그 열기가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다.

송재우 | 메이저리그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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