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맨유에 대한 설욕을 지상과제로 삼고 있는 첼시는 무패가도를 달리며 우승후보 영순위임을 과시했다.
BBC의 축구 전문가 알란 한센은 현재까지만 놓고 본다면 EPL 최강자인 첼시에 맨유를 비롯한 다른 팀들이 도전하는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확실히 첼시는 스콜라리가 지휘봉을 잡은 후 도입한 브라질 축구, 즉 양 풀백이 적극 공격에 가담하는데, 안전을 생각하며 조심스런 축구를 하던 무리뉴 때와 비교해도 보다 파괴력 있는 공격적인 팀으로 변모했다.
그러나 이런 외형적인 평가와는 달리 양 사령탑들이 보이는 모습은 대조적이다. 퍼거슨은 특유의 자신감으로 챔피언으로서의 여유로운 모습까지 내비치는 반면 스콜라리는 절박한 비장감마저 느끼게 한다.
퍼거슨은 챔피언스리그를 최초로 2연패하는 팀으로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까지 아무도 이를 달성하지 못한 것은 챔피언스리그 2년 연속 우승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잘 보여준다면서도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이 강하다는 것이 지난 챔피언스리그에서 증명된 만큼 이번에도 맨유가 트로피를 들어올릴 것이며, 그 제물로는 첼시를 희망한다고 했다.
퍼거슨은 1999년 우승 이후 다음해에 안더레흐트(벨기에)와 PSV 에인트호벤(네덜란드) 같은 팀들의 역습에 2연패의 꿈이 사라졌다며 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제는 미드필드에 세 명의 플레이어를 두고 변화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강화되었다고 자평했다. 또한 620억원에 달하는 이적료를 주고 영입한 베르바토프에 대해 깊은 신뢰를 보이는 가운데 베르바토프는 루니의 공격력을 배가시킬 침착성이 돋보이는 선수라고 기대를 표시했다. 특히 베르바토프는 레버쿠젠(독일)에 있을 때 19세의 나이로 챔피언스리그에서 맨유를 상대로 골을 넣은 적이 있음을 상기시키며 “그는 챔피언스 리그 무대 경험이 있는 강점도 있다”고 했다.
이에 반해 스콜라리는 첼시의 초반 순항에도 불구하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아울러 그는 챔피언스리그가 최우선 과제가 아니며 칼링 컵, FA 컵, 그리고 EPL 모두를 우승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스콜라리는 챔피언스리그가 칼링 컵보다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으며 누군가 그렇게 말한다면 그 순간 경기도 하기 전에 지는 것이라고 했다. 자신과 첼시 선수들은 그 어떤 것이라도 우승을 해야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는 분위기를 전했다.
비록 우승을 놓친다고 하더라도 그 누구도 흔들 수 없는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퍼거슨과는 달리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않고는 구단주 아브라모비치의 칼날을 피할 수 없는 스콜라리의 절박함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요크|전홍석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