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 보세요. 루니보다 훨씬 낫다니까요.”
합류한지 3주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매튜 앤더슨(21·미국)을 믿고 투입한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의 기대는 적중했다. 7일 IBK기업은행배 양산 프로배구에서 현대는 앤더슨의 활약을 앞세워 ‘숙적’ 삼성화재를 3-2로 꺾고, 2년 만에 정상에 등극했다.
208cm의 신장을 자랑하는 레프트 앤더슨은 V리그 진출 이후 처음으로 5세트를 모두 소화하며 24득점을 올려 팀 승리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탄탄한 조직력을 자랑하는 삼성은 결승전 이전 경기에서 두어 세트 몇 분 뛰는데 그친 앤더슨을 봉쇄하지 못해 고배를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앤더슨이 보통 외국인 선수와는 달리 시원한 강타보다는 아기자기한 두뇌 플레이를 즐기는 한국형 선수이기 때문이다. 특히 코트 빈 공간을 향해 툭 찔러넣는 역습에 천하의 삼성 선수들도 도리가 없었다.
김 감독은 “공격과 파워에서 루니에 뒤져도 서브-리시브에 능하고, 디펜스를 잘 컨트롤할 줄 아는 선수”라며 앤더슨을 극찬했다. 다만, 팀 컬러에 완전히 녹아들기까지 1년 정도 필요할 것으로 내다본다. 2년 다년 계약을 체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앤더슨도 김 감독의 신뢰를 알았기에 펜실베이니아 주립대를 휴학하고, 주저없이 한국행을 택했다.
사실 앤더슨이 배구 팬들에 어필할 수 있는 조건은 충분히 갖췄다. 코 끝에 난 여드름에 고민하는 잘생긴 푸른 눈의 백인 청년인데다 “삼성을 잡기 위해 현대에 왔다”고 호언할 정도로 입심 역시 녹록치 않다. 여기에 빼어난 실력까지 확인됐으니 두려울 게 없다.
하지만 루니와의 비교는 정중히 사양한다. 앤더슨은 루니를 아느냐는 물음에 “그냥 아는 사이일 뿐, 우린 다를 게 없다”며 비교 자체를 거부했다.
프로배구를 언급할 때 빠짐없이 나오는 현대와 삼성의 라이벌 구도. 안젤코의 독주로 조금(?) 싱거웠던 V리그는 올 시즌 앤더슨으로 인해 흥미진진해질 듯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