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짱 앤더슨은 한국형 거포”

  • 입력 2008년 9월 9일 08시 57분


김호철감독 무한신뢰 현대 우승 견인

“두고 보세요. 루니보다 훨씬 낫다니까요.”

합류한지 3주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매튜 앤더슨(21·미국)을 믿고 투입한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의 기대는 적중했다. 7일 IBK기업은행배 양산 프로배구에서 현대는 앤더슨의 활약을 앞세워 ‘숙적’ 삼성화재를 3-2로 꺾고, 2년 만에 정상에 등극했다.

208cm의 신장을 자랑하는 레프트 앤더슨은 V리그 진출 이후 처음으로 5세트를 모두 소화하며 24득점을 올려 팀 승리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탄탄한 조직력을 자랑하는 삼성은 결승전 이전 경기에서 두어 세트 몇 분 뛰는데 그친 앤더슨을 봉쇄하지 못해 고배를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앤더슨이 보통 외국인 선수와는 달리 시원한 강타보다는 아기자기한 두뇌 플레이를 즐기는 한국형 선수이기 때문이다. 특히 코트 빈 공간을 향해 툭 찔러넣는 역습에 천하의 삼성 선수들도 도리가 없었다.

김 감독은 “공격과 파워에서 루니에 뒤져도 서브-리시브에 능하고, 디펜스를 잘 컨트롤할 줄 아는 선수”라며 앤더슨을 극찬했다. 다만, 팀 컬러에 완전히 녹아들기까지 1년 정도 필요할 것으로 내다본다. 2년 다년 계약을 체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앤더슨도 김 감독의 신뢰를 알았기에 펜실베이니아 주립대를 휴학하고, 주저없이 한국행을 택했다.

사실 앤더슨이 배구 팬들에 어필할 수 있는 조건은 충분히 갖췄다. 코 끝에 난 여드름에 고민하는 잘생긴 푸른 눈의 백인 청년인데다 “삼성을 잡기 위해 현대에 왔다”고 호언할 정도로 입심 역시 녹록치 않다. 여기에 빼어난 실력까지 확인됐으니 두려울 게 없다.

하지만 루니와의 비교는 정중히 사양한다. 앤더슨은 루니를 아느냐는 물음에 “그냥 아는 사이일 뿐, 우린 다를 게 없다”며 비교 자체를 거부했다.

프로배구를 언급할 때 빠짐없이 나오는 현대와 삼성의 라이벌 구도. 안젤코의 독주로 조금(?) 싱거웠던 V리그는 올 시즌 앤더슨으로 인해 흥미진진해질 듯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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