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감독, 류현진에 조언 “한방에 울지 말고 1등에 자만 말라”

  • 입력 2008년 8월 28일 08시 37분


한화 김인식 감독은 27일 롯데전에 앞서 류현진을 따로 불렀다. 평소 류현진에 관해 이렇다 저렇다 별 말이 없던 김 감독으로선 이례적인 부름이었다.

이 자리에서 김 감독은 “포커페이스를 잃지 말라”는 짤막한 조언을 남겼다. 류현진은 베이징올림픽 야구대표팀의 에이스로서 예선 캐나다전과 결승 쿠바전에서 빛나는 승리투를 펼쳐낸 사상 첫 금메달의 주역이다.

그러나 김 감독 눈에는 올림픽에서 홈런을 맞거나 고비에 처하면 약간 동요하는 빛을 노출한 제자가 못내 마음에 걸린 모양이었다. 고교 졸업 후 2006년 신인왕과 MVP, 투수 3관왕을 차지한데다 초고속 연봉 상승률에 올림픽 금메달로 인한 병역혜택까지 거머쥔 ‘거물이 된 괴물’에게 자만하거나 안주하지 말라는 충고도 깃들어 있었을 터다.

다만 전과 다른 점은 언론에다 공개적으로 얘기하지 않고, 류현진에게 따로 메시지를 전달한 점이다.

한화 사람들은 “현진이가 먼저 뽑을 수 있던 SK나 롯데의 지명을 받지 않고 한화로 온 것은 천운”이라고 말한다. 1차 지명을 받지 못한 류현진은 독을 품었고, 입단 후 3년의 성적은 그 결과물이다. 그런 류현진의 잠재력을 김 감독의 매눈이 간파했고 아무 말 없이 지켜봐주는 인내심으로 키웠다.

입단 계약 시점에 그를 둘러싼 좋지 않은 루머가 돌았을 적에도 스카우트 팀의 보고를 받아들여 최종 결정을 내린 것도 김 감독이었다. 나가사키 전훈에 데려가서도 “포수 미트 똑바로 보고 던져” 한마디만 했다.

뚜껑이 열리고 류현진이 괴물로 증명되자 더 말이 없어졌다. 알아서 잘 하는 투수 굳이 건드릴 필요도 없고, ‘내가 키웠소’라고 굳이 내세울 일도 없다는 태도였다.

김 감독은 올림픽 후 류현진의 복귀 시점에 대해 질문받자 “오든지 말든지 지가 알아서 하는 거지”라고 했을 뿐이다. 신뢰의 반어법이다.

김인식 감독은 류현진의 컨디션 조절을 이상군 투수코치에게 일임하고 있다. 이 코치의 보고에 따라 후반기 첫 선발 등판 날짜도 30일과 31일 중 결정될 예정이다. 믿는 만큼 자라는 ‘괴물’이다.

대전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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