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 다한 그대에게 ‘국민 금메달’을

  • 입력 2008년 8월 15일 02시 56분


■ 메달 못딴 선수들에게 격려 잇따라

역도 이배영 중국인들도 “그대는 영웅’ 극찬

수영 정슬기 배탈로 훈련부족… 결선행 발목

유도 장성호 “아내에 메달선물 못해” 눈시울

체조 양태영 평행봉 결선서 체조 첫金 재도전

“노 메달이지만 괜찮아.”

시상대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뜨거운 박수를 받은 사람들이 있다. 어려운 여건에서 최선을 다해 인간 승리의 드라마를 보여준 이들이다.

역도 선수 이배영(29·경북개발공사)의 투혼은 한국을 넘어 중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배영은 12일 남자 69kg급 경기에서 바벨을 들다 왼쪽 다리에 쥐가 나 쓰러졌다. 그러나 바늘로 찌르면서도 끝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아픈 다리를 이끌고 바벨을 들다 결국 경기장에서 쓰러졌다.

이배영의 경기를 TV로 지켜본 한국인들은 “감동적이다. 격려 메시지를 보내자”며 메달리스트 못지않은 관심을 쏟고 있다.

감동에는 국경도 없었다. 이배영의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 포털사이트에는 그를 응원하는 중국 누리꾼의 글이 쌓이고 있다.

‘치노차좌’라는 사이트의 한 누리꾼은 “모든 관중이 그를 위해 박수를 쳤다. 그대는 영웅이다”라고 말했다. ‘신랑’이라는 중국의 유명 포털사이트에서도 “감동적이다. 그는 끝까지 최선을 다했고 그의 모습에 가슴이 뭉클했다”는 등 칭찬이 이어지고 있다.

여자 수영 기대주 정슬기(20·연세대)의 사연도 안타깝다. 정슬기는 14일 워터큐브 수영장에서 열린 평영 여자 200m 준결승에서 11위에 머물며 결승 진출이 좌절된 뒤 취재진 앞에서 흐느끼느라 말을 잇지 못했다.

한국 여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수영에서 메달까지 바라봤기에 정슬기의 실망은 컸다. 그가 배탈 증세로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이 더했다. 정슬기는 중국으로 출국하기 전날인 2일 저녁부터 설사를 하며 고열에 시달렸다. 도핑 검사 때문에 약을 먹을 수 없는 상황에서 중국에 온 정슬기는 배탈 증세가 사그라질 때까지 닷새 동안 적응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러다 보니 우원기 코치의 훈련 계획도 어그러졌다. 12일 여자 평영 200m 예선까지 열흘 정도 시간이 있어 약점인 초반 스피드 강화에 주력할 예정이었지만 제대로 하지 못했다. 10일 평영 100m 예선부터 조짐이 안 좋았다. 1분09초26으로 자신의 기록(1분09초09)에 못 미치며 전체 49명 가운데 23위로 탈락했다. 이날 레이스에서도 자신의 최고 기록(2분24초67)에 2초 이상 뒤졌다. 정슬기의 부진에는 심리적 부담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남자 체조의 맏형 양태영(28·포스코건설)은 4년 전 아픔을 금메달로 치료하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양태영은 이날 남자 개인 종합 결선에서 주종목인 평행봉에서 1위를 하며 선전했지만 안마에서 무너지며 8위(91.600점)에 그쳤다.

4년 전 아테네 올림픽에서 심판의 오심 속에 금을 뺏기고 동메달에 머문 한을 풀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양태영은 허리 통증이 완화됐고 이날 평행봉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19일 열리는 평행봉 결선에서 한국 체조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노린다는 각오다.

한국 남자 유도의 중량급 간판 장성호(30·수원시청)의 애틋한 아내 사랑도 화제다. 장성호는 100kg급 패자 준결승에서 레반 조르졸리아니(그루지야)에게 졌다. 사실상 마지막 올림픽 무대를 아쉽게 공동 7위로 마친 것이다.

2004년 아테네에서 같은 체급 은메달을 따냈던 장성호는 경기를 마친 뒤 “올림픽 폐막일인 24일이 아내(김성윤 씨) 생일이라 선물로 메달을 꼭 주고 싶었는데 아쉽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20년 만에 올림픽 마장마술 출전권을 따냈지만 2차 예선 진출에 실패한 최준상(30·삼성전자승마단)의 의미 있는 도전도 베이징 올림픽 감동사의 한 페이지를 채우고 있다.

베이징=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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