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이사람/이란여성 첫 올림픽 출전 코시자말

  • 입력 2008년 8월 8일 02시 55분


금녀의 벽 깨고 “이젠 금메달 따야죠”

“여자도 올림픽 금메달을 딸 수 있다는 꿈을 태권도 후배들에게 심어주고 싶어요.”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하는 이란의 태권도 대표선수 사라 코시자말(19·사진)이 밝힌 각오다. 코시자말은 이란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다.

그는 이슬람교의 영향으로 여성의 사회활동이 제한적인 이란에서 ‘금녀(禁女)의 벽’을 깬 주인공. 최근 시사주간 타임이 선정한 ‘주목받는 베이징 올림픽 선수 100인’ 가운데 22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히잡(이슬람 여성이 착용하는 두건)을 쓴 ‘태권 소녀’ 코시자말을 e메일로 인터뷰했다.

“아홉 살 때 오빠, 언니들을 따라 태권도 도장을 방문했다가 그 매력에 푹 빠졌어요. 겨루기를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 체력과 유연성을 동시에 기를 수 있는 점이 좋았습니다.”

코시자말의 부모는 유독 몸이 약했던 딸이 건강관리 차원에서 태권도를 배우도록 허락했다. 그러나 그가 태권도를 취미가 아닌 꿈으로 여기고 선수로 나서자 상황이 달라졌다.

“여자가 왜 태권도 선수가 되려고 하느냐며 가족이 반대했죠. 주위의 따가운 시선도 극복해야 할 과제였어요.”

코시자말은 청소년 선수로 활약하던 중 테헤란대 심리학과에 입학했으나 태권도를 포기하지 못하고 체육교육과로 옮겼다. 그는 “부모님도 나의 열정을 보면서 차차 마음을 바꿔 이젠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고 했다.

코시자말은 태권도 본고장의 기술을 배우고자 한국을 몇 차례 찾은 바 있다. 지난달에도 충북 청주시에서 열린 세계태권도문화축제에 참가해 금메달을 땄고 경기 수원시 남창도장에서 한국 선수들과 경기를 치르는 등 올림픽에 대비한 전지훈련도 했다.

“이란 여자선수로서 올림픽에 처음 참가한다는 사실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그만큼 자긍심도 큽니다. 반드시 금메달을 따서 그동안 흘린 땀과 눈물의 결실을 보고 싶어요.”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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