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미우리가 차출을 허가한 배경엔 첫째 이승엽의 2군 생활이 너무 길어졌고, 둘째 용병 수급 사정을 감안할 때 언제 1군에 올릴지 기약이 없기 때문이다. 선발의 애드리안 번사이드와 세스 그레이싱어는 무너질 듯 하다가도 호투를 펼치고 있다. 이승엽에게 분명 언젠가 기회는 주어지겠지만 올림픽 참가 전까지 1군 승격이 이뤄질 가능성은 10% 정도로 희박하다.
올스타 휴식기를 이용해 두 용병 선발 중 한 명을 2군으로 내리고, 이승엽을 시험해 볼 수도 있다. 두 선발 중 한 명을 전반기 막판에 등판시키고 바로 엔트리에서 제외시킨 뒤,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을 포함시켜서 10일 후 바로 올리면 로테이션에 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대표팀의 소집 시점에 따라 유동적이 됐다.
이승엽의 올림픽 참가에 대해 요미우리는 큰 기대를 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한국 대표팀에 이승엽을 부탁하는 마음이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어차피 이승엽이 줄곧 저조한 컨디션을 보여 온 만큼 올림픽을 통해 자신감과 투지를 되찾길 기대하는 것이다.
따라서 베이징올림픽은 이승엽 개인에게 찬스로 작용할 듯하다. 여기서 이승엽이 제 실력을 되찾고, 일본을 격파하는 활약을 펼치면 요미우리는 부활을 확신하게 되고, 1군 승격 시점은 바로 당겨질 전망이다. 이승엽의 상태가 아무리 나빠도 그 존재감이 있기에 일본 대표팀은 ‘공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란 경계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승엽이 올림픽에서 아무 소득도 없이 돌아오면 요미우리도 난처해진다. 일본 내에서 이승엽을 바라보는 시각엔 ‘승부 근성이 약하다’는 이미지도 있다. 특히 올 시즌은 이승엽의 야구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고비인 듯 비쳐지는데 올림픽이 승부처로 작용할 듯하다.
김 일 융 스포츠동아 일본통신원
84년부터 3년간 한국 프로야구 삼성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일본으로 돌아가 요코하마, 다이에와 야쿠르트를 거친 뒤 92년 은퇴했다. 한·일 통산 170승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