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위 지각변동…ML이 뒤집혔다

  • 입력 2008년 7월 15일 09시 20분


숨가쁘게 달려온 2008 메이저리그가 16일 올스타전을 기점으로 전반기를 마감한다. 매년 그렇듯 예상치 못한 팀들이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와 커다란 지각변동을 일으키기도 했고, 수천만 달러를 오프시즌에 쏟아부으며 팬들의 기대를 한껏 받았던 팀들이 속절없이 무너져 이미 내년을 기약해야 되는 상황도 발생했다. 이번 주는 팀들을 위주로 깜짝 성적을 올린 ‘와우’ 팀, 실망을 안겨준 ‘에이’ 팀, 후반기에 주목해야 할 ‘잊지마’ 팀으로 분류, 정리해봤다.

○ 와우 팀

선두주자는 뭐니뭐니 해도 탬파베이 레이스다. 98년 팀 창단 이후 단 한번도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5할 승률도 넘어보지 못한 만년 꼴찌팀이었지만 올 시즌 최고 파도를 일으키고 있다.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이라는 만리장성을 지구 내 어느 팀도 10년 이상 뛰어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비록 1위인 보스턴에 반게임 뒤진(7월14일 기준) 2위지만 놀라운 성적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연패에 빠지며 위기를 맞고 있지만 칼 크로퍼드, BJ 업튼, 이반 롱고리아 등 자체 팜 출신 유망주들이 착실하게 성장하며 호성적을 거두고 있다. 노련한 선수 위주의 양키스와 보스턴의 반격을 효율적으로 막아내느냐가 관건이다.

누구나 하위권으로 지목한, 같은 플로리다주의 플로리다 말린스의 선전도 눈길을 끈다. 말린스의 최대 강점은 바로 홈런포다. 핸리 라미레스, 호르헤 칸투, 마이크 제이콥스, 댄 어글라 등의 홈런포를 한껏 가동하며 리그 홈런 1위로 마운드의 열세를 극복하고 있다. 지구 3위지만 1위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불과 1경기 차다. 짧은 역사에도 2번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거뒀지만 당시는 잠깐 이적한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강했다면 이번에는 레이스와 흡사하게 자체 팜의 젊은 선수들의 성장에 의한 호조로 눈길을 끌고 있다.

중위권 정도의 전력으로 간주됐던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지구 1위 등극도 얘깃거리다. 존 댕크스와 개빈 플로이드와 같은 젊은 선발투수의 성장과 지난해 아킬레스건이었던 불펜이 베테랑 스콧 라인브링크와 옥타비오 도텔로 오히려 강점이 됐다. 짐 토미, 폴 코너코, 저메인 다이와 같은 기존의 홈런 타자에 카를로스 켄틴이 급성장함으로 공수의 균형이 맞아 떨어져 성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그 외에 오클랜드, 세인트루이스, 미네소타, 볼티모어 등도 시즌 전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성적으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 에이 팀

기대의 눈높이를 전혀 맞추고 있지 못한 팀들도 적지 않다. 우선 지난해 지구 우승이 무색하게 최하위로 가라앉은 클리블랜드를 꼽을 수 있다. 트래비스 해프너와 빅토르 마르티네스와 같은 3, 4번 타자의 부상이 장기화 되면서 결국 올 시즌에 백기를 들고 말았다. 그나마 우리에게 위안이 되는 것은 이런 상황에서 추신수가 주전으로의 기회를 잡고 있다는 점이다. 에이스 CC 사바시아도 트레이드하며 내년을 기약하고 있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진출팀 콜로라도 역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하위권에 처져있다. 에이스 제프 프랜시스와 미래의 에이스로 꼽히던 프랭클린 모랄레스의 부진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마무리투수 매니 코르파스마저 무너져, 마운드의 붕괴가 초라한 성적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볼티모어의 에이스 에릭 베다드까지 영입하며 기대를 부풀렸던 시애틀 역시 투타에 걸쳐 전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채 무참히 무너져 내렸다. 특히 베다드와 펠릭스 로드리게스가 기대만큼의 ‘원투 펀치’ 역할을 못하면서 결국 단장과 감독의 경질로 이어졌다.

○ 잊지마 팀

후반기의 대반전을 노리는 팀들도 있다. 우선 전반기의 부진을 서서히 씻어 내리고 있는 양키스는 기존의 강타선이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했다. 걱정스럽던 선발진에 베테랑 마이크 무시나와 앤디 페티트가 또 다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고, ‘블루칩’ 조바 챔벌레인이 가세하며 대반전을 꿈꾸고 있다.

지난해 우승팀 보스턴의 최대 도전자로 꼽혔던 디트로이트는 특유의 강타선이 살아나고 있고, 조엘 주마야, 페르난도 로드니와 같은 주전 셋업맨이 부상에서 복귀하며 힘을 내고 있다.

역시 전반기 부진을 거듭하며 감독 경질을 불러왔던 뉴욕 메츠는 최근 전열을 재정비하며 필라델피아에 반경기차로 다가섰다. 후반기에 강한 산타나가 그 면모를 되찾고, 이제서야 기대에 걸맞은 투구를 시작한 마이크 펠프리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바시아를 영입한 밀워키의 도약도 관심거리다. 이미 지난해 눈길을 끌기 충분했던 젊은 슬러거들이 성장을 이어가고 있고, 구단에서 확실히 올 시즌에 승부를 걸겠다는 의도를 보였기 때문에 26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 도전을 눈여겨볼 만하다.

결국 후반기는 깜짝 팀의 수성이냐, 치고 올라오는 팀들의 도약이냐가 판가름난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선택을 잘못한 팀들은 심각한 휴유증을 얼마나 겪을지 모른다. 상위팀은 이미 얻은 것을 내놓지 않기 위해 응전하고, 그 아래의 팀들은 원래 자신의 것을 반환받기 위해 도전할 태세다. 치열한 싸움이 펼쳐질 후반기가 기대된다.

송재우 | 메이저리그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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