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혈질 폭군’ 스콜라리 vs ‘분노의 화신’ 퍼거슨

  • 입력 2008년 6월 27일 09시 02분


호날두 갈등, 전면전 예고…개막전부터 불붙은 첼시·맨유 사령탑 열전

전운이 감돌고 있다. 첼시의 새 사령탑에 오른 스콜라리와 맨유의 퍼거슨 사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많은 팬들은 이미 두 감독이 서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 사실상 선전포고 상태인 것으로 간주하고, 이제는 개성 강한 두 명장이 벌일 EPL 역사상 가장 크고 격렬한 대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호날두 이적 놓고 극도의 신경전

퍼거슨의 현재 상태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화산 폭발 직전의 상태로 전해진 가운데 그는 스콜라리가 호날두에게 맨유를 떠나 레알 마드리드로 가도록 했다는 조언을 두고 맨유와 자신에 대한 의도적인 도발로 보고 있다. 호날두는 개인적으로 레알 마드리드로 가는 것은 어린 시절부터 꿈꿔왔던 것이라며, 스콜라리도 ‘인생에서 오직 한 번 있을 기회’라고 했다고 공개적으로 스콜라리의 개입을 확인했다.

호날두를 동원해도 첼시와 힘겨운 승부를 펼쳐야 했던 퍼거슨이 호날두의 이적을 부추겼다는 스콜라리의 말에 격노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자존심과 승부욕으로 똘똘 뭉친 퍼거슨이 도저히 참기 어려운 것은 바로 이런 말을 호날두에게 직접 들은 것이 아니라 언론을 통해 간접적으로 통보받고 있다는 것이다.

퍼거슨이 유로 2008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호날두에게 연락을 수도 없이 시도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호날두는 자신이 속한 클럽 감독의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 이미 마음이 맨유에서 떠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호날두는 조만간 자신의 이적에 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이지만, 퍼거슨은 호날두에게 자신과 얼굴을 마주하고 맨유를 위해 더 이상 플레이하기 원하지 않는다고 말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퍼거슨은 왜 한사코 호날두와 직접 말하기를 원하고, 호날두는 이를 회피하고 있는 것일까. 퍼거슨은 잘 알려진 대로 화를 잘 내고 급한 성격의 스코티시이다. 맨유 매니저 21년 동안 그는 선수들에게는 물론이고 다른 클럽 감독들, 심지어 언론에 조차도 가장 공포스런 매니저로 자리매김했다. 영국 국영방송인 BBC가 2004년 5월 맨유의 이적 딜에 퍼거슨의 아들 제이슨이 연관되어 있다는 다큐멘터리를 내보낸 이후 지금까지 퍼거슨은 BBC와는 아예 상종을 않고 있다. 이렇듯 자신의 뜻을 거스르는 그 어떤 것과도 상대가 무릎을 꿇을 때까지 전면전을 불사하는 그를 일컬어 선수들은 퍼거슨의 ‘헤어드라이어 대접’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는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선수들에게 쏟아지는 퍼거슨의 욕과 꾸지람이 마치 헤어드라이어가 머리 위에서 뿜어대는 뜨거운 열기와 같다는 비유이다.

퍼거슨 자신도 선수들 사이에 이런 신화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자신보다 훨씬 덩치가 큰 선수가 만일 자신을 치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 누구라도 자신에게 도전한다면 자신은 정면대응을 회피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마디로 현재까지는 베컴을 위시한 맨유의 수많은 스타플레이어들 중 퍼거슨의 헤어드라이어 대접에서 이긴 선수가 없다는 말이다.

이를 너무나도 잘 아는 호날두가 퍼거슨과 마주 앉아 퍼거슨이 그토록 싫어하는 레알 마드리드로의 이적을 말한다는 것은 최후까지 피하고 싶은 마지막 선택인 것이다. 퍼거슨은 이런 호날두의 교묘한 대응의 이면에는 스콜라리의 음흉한 조종이 있다고 믿는 것이다.

맨유의 한 관계자는 “스콜라리로서는 호날두가 올드 트래포드를 떠나도록 하는 것이 아주 영리한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왜냐하면 호날두가 맨유를 떠나면 스콜라리는 엄청난 것을 얻지만 반면에 퍼거슨은 엄청난 것을 잃기 때문이다. 퍼거슨은 스콜라리의 이런 술책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 스콜라리는 자신은 호날두를 너무나 잘 안다면서 그는 축구계에서 가장 정신적으로 강한 선수라고 치켜세우고 레알 마드리드로의 이적은 호날두가 그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달성할 그의 꿈이라고 말함으로써 호날두의 이적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심지어 호날두의 운명을 결정짓는 것은 호날두 자신이지 퍼거슨이 아니라고까지 했다.

○ 앙숙 관계는 이미 2년전부터 시작

퍼거슨과 스콜라리와의 악연은 2006년 UEFA 챔스리그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시 맨유가 원하지 않던 호날두의 차출을 강행한 스콜라리의 결정은 호날두의 발목부상을 악화시켜 복귀 이후 호날두가 맨유의 중요한 경기에 결장케 한 빌미를 제공했다. 퍼거슨의 오른팔 카를로스 퀘이로스는 이 때를 회상하며 “스콜라리의 행동은 마치 당신이 어떤 사람에게 기름이 가득 찬 차를 일주일 동안 이용하도록 빌려주었는데 사고를 내고 기름도 다 떨어진 차를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방치하고 심지어 차를 어디에 두었는지 조차 말해주지 않는 것과 같다”고 분통을 터트린 바 있다.

이제 남은 것은 퍼거슨과 스콜라리의 전면전 뿐이다. 퍼거슨이 말을 가려 하지 않는 분노의 화신이라면 스콜라리도 선수들과 기자들에게조차 주먹질을 할 만큼 역시 다혈질의 소유자다. 퍼거슨이 무언가를 집어던진다면 스콜라리는 그에 위축되지 않고 그것을 집어 다시 집어 던질 태세다. 한때 팬들의 주목을 받았던 무리뉴와 퍼거슨과의 라이벌 관계가 폭발 직전의 모습만 보여주고 말았다면, 스콜라리와 퍼거슨의 라이벌 관계는 시즌 전부터 이미 요란한 굉음과 함께 용암이 흘러내리고 있는 형국이다. 2008-2009 시즌을 팬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요크(영국)=전홍석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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