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도 아웃!”…유례없는 20경기 출전정지

  • 입력 2008년 6월 2일 08시 25분


한국야구위원회(KBO) 조종규 심판위원장은 1일 원현식 심판위원에게 ‘20경기 출장정지’라는 강력한 제재조치를 내렸다. 전날 SK-삼성전에서 2루심을 본 원 심판위원이 오심으로 인해 판정번복과 SK 선수단의 철수사태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전날 경기에서 0-1로 뒤진 SK의 6회초 공격 때 2사 1·2루서 박정권이 친 내야땅볼을 삼성 2루수 신명철이 잡기 위해 돌진하는 사이 2루로 뛰던 향하던 1루주자 박재홍이 피할 틈도 없이 충돌했다. 원현식 2루심은 인플레이 상황으로 보고 세이프 판정을 내렸다. 이에 삼성 선동열 감독이 그라운드로 나와 이의를 제기하자 김풍기 주심을 비롯한 4심이 모여 수비방해로 판정을 번복, 이닝을 끝마치게 됐다. 야구규칙에 따라 수비수 우선권이 주어진 것이었다.

그러자 SK 김성근 감독이 “한번 내려진 판정을 번복하느냐”며 항의한 뒤 선수들에게 6회말 수비에 나서지 말도록 지시했다. 경기는 8분간 중단된 뒤 재개됐다.

‘20경기 출장정지’는 유례가 없는 강력한 징계다. 2005년 임채섭 심판위원에게 무기한 출장정지가 내려진 적이 있지만 경기수를 정한 징계 중에서는 가장 무겁다. 그동안 5경기 출장정지가 일반적이었으며, 10경기 출장정지가 강한 징계였다.

조종규 심판위원장은 “그동안 문제가 생겼을 때 심판들에게 ‘잘하자’며 격려를 많이 해왔지만 이번에 본보기로 강하게 제재하게 됐다. 다른 심판들에게도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심판에 대한 징계는 프로야구 출범부터 KBO 상벌위원회에 의하지 않고 심판위원회, 즉 심판위원장의 재량에 의해 자체적으로 해결해왔다.

사실 전날 경기와 같이 4심합의라는 적절한 절차를 거쳐 판정번복을 한 경우 심판이 징계를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심판위원장이 이같이 강한 채찍을 들고나온 것은 최근 심판의 오심문제가 계속 여론의 도마에 오르자 심판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심판 판정문제에 대해 불신감이 팽배해있는 각 구단 감독 및 선수단에 ‘앞으로 공정한 판정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는 심판위원회의 의지를 전달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전날 2루심이 다음 경기의 주심을 보게 돼 있으나 1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SK-삼성전에는 원현식 심판이 아닌 2군에서 올라온 추평호 심판위원이 주심을 봤다. 원 심판은 이날 경산에서 열린 2군경기에 출장했다.

한편 이날 목동구장에서 우리 이광환 감독은 “요즘 경험이 없는 심판이 너무 많다. 적어도 2군에서 1000경기는 해보고 올라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구|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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