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8년 1월 31일 02시 58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2000년 11월 물러난 뒤 지난해 말 거스 히딩크 감독을 시작으로 약 7년간 외국인 감독이 지휘하던 한국축구대표팀 사령탑에 다시 오른 허정무 감독. “평가전인 만큼 승패에 상관없이 다양한 전술을 시험하는 장으로 삼겠다”고 했지만 패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너무 강했다.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남미 복병 칠레와의 평가전. 허 감독은 조성환(포항 스틸러스)-조용형(성남 일화)-곽태휘(전남 드래곤즈)의 스리백 수비라인을 세운 뒤 좌우 미드필드 사이드에 김치우(전남)와 조원희(수원 삼성)를 세워 수세 땐 수비에 치중하도록 했다. 여기에 중앙에 수비형미드필더 김남일(빗셀 고베)과 황지수(포항)까지 넣어 사실상 수비지향적인 선수를 7명이나 투입했다. 골키퍼 김병지(FC 서울)를 빼고 공격형미드필더 이관우(수원), 투톱 공격수 정조국(서울)과 염기훈(울산 현대) 단 3명만 공격 지향적이었다. 그만큼 수비지향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허 감독은 후반 들어 골키퍼 김병지를 정성룡(포항)으로 바꾸고 이관우와 조성환을 빼고 수비수 박원재와 황재원(이상 포항)을 투입해 더욱 수비를 강화했다.
이러다 보니 공격 자원이 적어 원활한 공격이 되지 못했다. 전반에 좌우 측면은 물론 김남일과 이관우로 이어지는 중앙 돌파도 자주 시도했고 후반 들어 좌우 사이드 김치우와 조원희를 공격에 많이 가담하도록 했지만 이렇다 할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짜임새 있는 조직력에 의한 공격보다는 속공 형식의 단발성 공격이 많았다.
이날 해설을 한 이용수 KBS 해설위원은 “공격 자원이 너무 적어 공격다운 공격을 해 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핌 베어벡 감독 시절과 달라진 게 있다면 측면 위주에서 벗어나 중앙 돌파를 많이 시도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너무 수비에 치중하다 보니 공격이 매끄럽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수비를 강화했지만 한국은 후반 9분 곤살로 피에오의 돌파를 제대로 차단하지 못해 선제골을 허용했다. 한국은 후반 30분 올림픽 대표팀 스페인 전지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골잡이 박주영(서울)을 투입하는 등 총력전을 펼쳤지만 만회골을 낚지는 못했다. 결국 7년여 만에 컴백한 허 감독은 첫 경기를 패배로 마감해야 했다. 한국은 A매치 사상 처음으로 상대한 칠레에 0-1로 졌다. 한국은 2월 6일 같은 장소에서 투르크메니스탄과의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1차전을 갖는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