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이’ 끝내고 ‘말뚝’ 박았다

  • 입력 2007년 12월 20일 02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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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저니맨’ 동부 강대협 - KT&G 황진원

5차례 팀이적 아픔딛고 주전 맹활약 ‘인생 역전’

“갑작스럽게 다른 팀으로 가라고 하면 정말 허탈해요. 옮겨서 잘하면 된다고 다짐하지만 당연히 좌절감이 더 크죠.”(프로농구 동부 강대협)

어떤 선수는 오래도록 한 팀에서 뛰며 연고지 팬들의 사랑을 받는다. 이른바 프랜차이즈 스타(franchise star)다.

많은 프로 선수가 프랜차이즈 스타를 꿈꾸지만 쉽지 않다. 자유계약선수(FA)가 돼 원하는 몸값을 받고 팀을 떠나기도 하지만 본의 아니게 짐을 싸는 경우가 더 많다. 한두 번 유니폼을 바꿔 입는 것이야 기본이라 쳐도 대여섯 번 팀을 옮기는 경우도 가끔 있다. 이른바 저니맨(journey man)이다.

○“지금 팀 옮긴 뒤 좋은 일만… 팬 눈에 확 들어야죠”

프로야구 SK 김성근 감독은 1984년 OB(현 두산)를 시작으로 6개 팀에서 사령탑을 맡았다. 2군 감독(해태)까지 포함하면 김 감독이 몸담지 않은 팀은 한화와 롯데뿐. 지난해까지는 일본 롯데의 코치였다. ‘저니 매니저’ 김 감독은 올 시즌 팀뿐 아니라 자신도 처음으로 우승의 기쁨을 맛보면서 야구 인생의 정점에 올랐다.

올 시즌 프로농구에서도 저니맨이 화제다.

2001년 프로에 데뷔해 삼성→LG→코리아텐더→SK→KTF를 거친 황진원은 KT&G가 여섯 번째 팀이다. 2005∼2006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어 KTF에 남았지만 지난 시즌 무릎 수술을 해 성적이 좋지 않았던 게 트레이드로 이어졌다. 올 시즌은 좋다. 전 경기에 출장하며 2위 KT&G 돌풍에 앞장서고 있다.

○ 궁합 맞는 팀 찾아 돌고돌아… “실력 절로 성장”

강대협도 황진원처럼 6개 팀을 돌아다녔다. 2000년 현대(현 KCC)에 입단한 뒤 LG→SBS(현 KT&G)→모비스→SK에서 뛰었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동부로 트레이드된 뒤 처음으로 전 경기(54경기)에 출장했고 기량발전상까지 받았다. 올 시즌에는 19일 현재 전 경기에 나가 평균 9.8득점, 2.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동부의 단독 선두 질주에 공헌하고 있다.

실력이 없으면 살아남기 힘든 프로 세계에서 저니맨은 적어도 다른 선수와 바꿀 만한 가치가 있거나 다른 팀에서 원하는 선수들이다. 그렇기에 저니맨 앞에 종종 붙는 ‘비운’이라는 수식어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강대협은 이렇게 말했다.

“저니맨요? 그거 작년부터 붙은 별명입니다. 못할 때는 아예 관심조차 못 받았어요. 어려운 시절에도 늘 농구 생각만 했죠. 언젠가는 저와 궁합이 맞는 팀에서 뛸 수 있으리라 믿었거든요.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저니맨이 아니라 프랜차이즈 스타가 되고 싶은데 욕심일까요?”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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