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200㎞ 총알 ‘퍽’ 막고 또 막고…엄현승,올 하이원 입단

  • 입력 2007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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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아야만 사는 사나이가 있다. 얼음판 위에서 25kg이나 나가는 보호구를 입고 최고 시속 200km로 날아오는 퍽을 막는다. 18일 아이스하키 아시아리그 하이원과 안양 한라의 경기. 이날 하이원의 골리(수문장) 엄현승(23·사진)은 골문을 향해 날아오는 퍽을 손, 배, 머리 등 온몸을 던져 막았다. 아이스하키에서 골리는 중요한 위치다. 쉴 새 없이 날아오는 퍽을 막아내는 골리의 능력으로 승부가 갈리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 우연이 아닌 실력으로 승부

그의 학창시절은 화려했다. 그가 골문을 지킨 경성고는 각종 대회를 휩쓸었고 연세대 시절에도 3학년부터 주전으로 활약하면서 각종 대회에서 우수선수상을 받았다. 올림픽대표로도 뽑혔다.

올해 하이원에 입단한 그는 걱정이 앞섰다. 체격도 작고 경험도 부족했다.

하지만 19일 현재 아시아리그 12경기서 396개의 슛 중 369개를 막으며 93.18%의 세이브율로 7개 팀 가운데 골리 순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의 활약에 힘입어 골문이 불안했던 하이원은 현재 라이벌 안양 한라에 최근 10연승을 거두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의 체격은 175cm, 73kg으로 다른 선수에 비해 크지 않다. 그래서 그는 쉬는 날에도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하이원 김희우 감독은 그런 그를 “기본기와 성실함이 장점”이라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그는 “처음으로 아시아리그를 경험하면서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고 내가 가야 할 길이 아직 멀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에게 우상인 선수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의 마티 터코(댈러스)와 에브퀘니 나보코브(새너제이).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키가 작지만 정상급의 골리라는 것.

○ 우연이 아닌 운명같이 입문

아이스하키는 운명처럼 그에게 다가왔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또래보다 체격이 컸던 그의 형이 길거리에서 아이스하키 클럽 관계자에게 스카우트가 됐다. 그는 형을 따라 아이스하키를 구경하러 갔다가 마침 팀에 골리가 없다는 이유로 형과 체격이 비슷한 그도 곧바로 선발된 것. 그렇게 인연을 맺은 아이스하키는 현재 그의 인생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가 되었다.

“만약 형이 스카우트되지 않았고 저도 구경하러 가지 않았다면 지금쯤 다른 일을 하고 있었을 겁니다. 그만큼 아이스하키는 저에게 운명입니다.”

고양=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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