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이 된 사제…김성근-김경문 감독,첫 우승 놓고 배수진

  • 입력 2007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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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있는 감독들이 첫 우승을 놓고 맞붙는다.

SK 김성근(65) 감독과 두산 김경문(49) 감독. 22일부터 열리는 한국시리즈를 앞둔 두 감독은 스승과 제자로서, 그리고 적장으로서 20여 년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코치와 선수로서의 만남=이들의 인연은 1982년 프로야구 원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성근은 OB(현 두산) 투수코치로, 김경문은 포수로 한국시리즈 초대 우승을 이끌었다. 1984년 김성근이 감독으로 승격되면서 둘은 감독과 선수로 7년간 생활했다.

1989년 김성근이 태평양 감독으로 옮겼고 둘의 인연은 끊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김성근은 이듬해 1월 백업 포수로 OB에 남아 있던 김경문을 트레이드해와 둘은 다시 한솥밥을 먹게 됐다. 하지만 김경문은 1년 만에 OB의 재일동포 타자 송재박과 맞트레이드되면서 다시 짐을 싸야 했다. 자신을 불렀다가 다시 내보낸 사람에게 좋은 감정이 있을 수는 없었다.

김경문이 1991년 은퇴하면서 이후 둘은 한 번도 같은 팀에서 만나지 못했다.

▽적장으로서의 재회=사제지간의 인연을 이어가다 헤어진 뒤 올 시즌 둘은 사령탑으로 해후했다. 적장으로서의 만남인 만큼 바늘 돋친 설전이 오고 갔다.

4월 이대수와 나주환을 맞트레이드하면서 김경문 감독은 “김성근 감독이 합의를 해 놓고도 번복해서 속이 상했다”며 열을 올렸다.

8월에는 두산 리오스의 투구 폼을 놓고 김성근 감독이 걸고 넘어졌다. 김성근 감독은 리오스의 투구 폼에 대해 “문제가 있다. 빈볼보다 더 나쁘다”고 비난했다. 9월 김경문 감독은 “SK가 두산을 피하기 위해 한화에 져 줄 수 있다”는 발언을 해 김성근 감독을 자극했다. 김성근 감독은 “우리가 동네북이냐”며 일축했다.

두 감독 모두 한국시리즈 첫 우승에 목말라하고 있다. 김성근 감독이 사령탑 16년간 한 번도 밟아 보지 못한 정상의 꿈을 이룰 것인지, 김경문 감독이 2년 전 삼성에 4연패로 물러난 한을 풀 것인지…. 오랜 인연만큼이나 두 감독에게는 기나긴 가을이다.

SK 김성근 감독과 두산 김경문 감독의 인연과 악연
연도내용
1982년김성근은 OB(현 두산) 투수코치, 김경문은 포수로 한국시리즈 원년 우승.
1990년김성근 당시 태평양 감독은 OB 김경문을 1월에 트레이드해 옴. 하지만 김경문은 12월 OB 송재박과 맞트레이드돼 원대 복귀.
2007년SK 김성근 감독과 두산 김경문 감독, 이대수와 나주환 맞트레이드 과정에서 갈등.
김성근 감독 “두산 다니엘 리오스의 투구 폼에 문제 있다. 빈볼보다 악질”이라고 비판.
김경문 감독 “SK가 한화를 밀어줄 가능성이 있다”고 의혹 제기.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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