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실패]‘로비’가 ‘외교’를 이겼다?

  • 입력 2007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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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그동안 그토록 강조했던 진정한 올림픽 정신이 과연 무엇인지….”

김진선 강원지사는 연방 흐르는 눈물을 닦으면서도 분을 삭이지 못했다. 그는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전은 ‘눈물겨운 도전, 아름다운 실패’였지만 이번에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패배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평창은 2003년 첫 도전에선 아쉽게 역전패하긴 했지만 승자인 캐나다 밴쿠버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당시만 해도 평창은 후발 주자로서 캐나다 밴쿠버든, 3위에 그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든 충분히 올림픽을 유치할 만한 동계 스포츠 선진국이라는 데 이의가 없었다.

그러나 2014년 유치전에서 평창은 선두 주자였다. 평창은 2월 IOC의 현지 실사와 올림픽 관련 매체와 단체의 각종 지수에서 러시아 소치를 압도했다.

평창은 2010년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시설 인프라와 교통 접근성 등 대부분의 항목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다. 반면 경기장 시설이 전무한 소치는 올림픽이 제대로 치러질 것인가 의심을 받았을 정도였다.

평창은 최근 올림픽 전문 뉴스 사이트인 게임즈비즈닷컴이 낸 유치 지수에서도 64.99점을 얻어 소치(63.17점)와 잘츠부르크(62.62점)를 제치고 선두를 질주했다. 영국의 스포츠 도박 업체인 윌리엄 힐은 평창이 이길 확률이 1.5 대 1인 반면 소치는 4 대 1, 잘츠부르크는 5 대 1이라고 발표했다. 베팅 확률에서 1.5 대 1과 4 대 1은 하늘과 땅의 차이.

그런데도 평창이 어이없이 역전패를 한 것은 뚜껑을 열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IOC의 ‘복마전’이 이번에도 위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스포츠 ‘외교’보다는 스포츠 ‘로비’가 더 큰 위력을 발휘한 IOC의 이번 결정 앞에 평창은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과테말라시티=장환수 기자 zangpabo@donga.com

▼옛 소련 최고지도자들의 휴양지▼

■동계올림픽 유치 소치는

제정러시아 시대 소치는 변방의 군사 도시였다. 제정 러시아 황제들은 투르크계 민족을 러시아로 귀화시켜 요새를 지키게 했다. 지금도 인구 40만 명에 이르는 소치에는 그루지야계, 터키계, 아제르바이잔계 시민이 러시아계보다 많다.

옛 소련 시절 이 도시가 러시아인들에게 알려진 것은 니키타 흐루쇼프 전 공산당 서기장 덕분이었다. 흐루쇼프는 1954년 크림 반도를 우크라이나에 넘겨준 뒤 같은 흑해 연안이면서도 러시아령인 소치에 별장을 지었다.

최고 지도자의 별장이 생기면서 소치는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흐루쇼프의 뒤를 이은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전 서기장도 1976년 심장 발작을 일으킨 뒤 소치에서 오래 요양했다. 소치에서 북쪽으로 210km 떨어진 스타브로폴에서 공산당 지방간부로 정치 기반을 잡은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도 크렘린 최고 권력자로 오른 뒤 소치를 자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1970년대는 소련 정부가 이곳에 고령자와 환자를 위한 요양시설을 무더기로 지었다. 지금도 시내 곳곳에는 이때 지은 대형 요양시설이 즐비하다.

그러나 이곳에서 만난 현지인들은 “올림픽 유치를 찬성했던 러시아 타 지역의 젊은이들조차 찾지 않을 정도로 소치는 기반시설이 부족한 도시”라고 털어놓았다.

도시 전체를 모두 허물고 도로와 숙박시설을 새로 지어야 할 것이라는게 시민들의 대체적인 인식이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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