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야구를 좋아하는 분이구나’ 하는 생각도 잠시. 눈이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야구를 보는 걸까.
안내견은 그를 중앙석의 빈자리로 안내했다. 그가 자리를 잡고 앉자 안내견은 그 옆에 조용히 웅크리고 앉았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안내견은 용변 한 번 보지 않고 그의 옆자리를 지켰다.
1급 시각장애인인 주현수(61) 씨는 10여 년 전 당뇨 합병증으로 시력을 잃었다. 그러나 시각 장애도 야구에 대한 애정까지는 빼앗지 못했다. 주 씨는 “건강할 때는 프로야구를 자주 보러 다녔다. 지금은 소리만으로 야구를 듣지만 경기장의 생생한 분위기를 느끼는 게 좋아 가끔 동대문구장을 찾는다”고 말했다.
그가 가는 길엔 언제나 안내견인 ‘동경이’(5)가 있다. 작년 가을 분양받은 ‘동경이’는 특별한 개다. 보통의 안내견은 셰퍼드나 레트리버종이지만 ‘동경이’는 토종 동경이종의 개로 멸종 위기에 있는 희귀견이다. 겉모습은 진돗개와 비슷하지만 꼬리가 없는 게 특징이다. ‘동경이’는 몇 마리 남지 않은 동경이종 가운데 유일한 안내견이라고.
주 씨는 장충고를 응원하는 같은 교회 교인 강순모 씨를 따라 1일 배명고와의 8강전 때도 동대문구장을 찾았다. 3일 동성고와의 4강전도 관람할 예정이다.
동료와 함께, 또 가족 같은 ‘동경이’와 함께하는 야구장행은 주 씨에겐 특별한 행복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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