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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5월 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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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코트에서 환갑이라는 30대 중반도 지났지만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우승 기회를 잡기 위해 앞장선 끝에 결국 정상에 섰다.
고참이라고 요령 한 번 피우는 일이 없는 ‘회춘 소년’ 이창수는 쉬는 날에도 헬스장을 찾을 만큼 철저한 몸 관리로 유명하다. KTF와의 챔피언결정전 최종 7차전에서는 악착같은 수비로 상대 주득점원 리치를 10점으로 묶는 수훈을 세웠다.
운동선수로는 치명적인 B형간염 보균자인 그는 우승 뒤풀이에서 모처럼 소주 몇 잔을 들며 승리의 기쁨에 젖어들었다. 2001년 삼성에서 정상에 올랐던 이창수는 37세 10개월의 나이에 다시 우승을 맛보며 프로농구 최고령 챔피언 반지를 끼게 됐다.
김재훈은 현대-SBS-LG-전자랜드-SK를 전전하다 지난해 유재학 감독의 부름으로 모비스에 둥지를 틀었다.
90학번 동기들이 대부분 은퇴한 가운데 그는 올 정규리그에 평균 1.8득점, 0.7리바운드에 그쳤지만 챔프전에서는 평균 4.4득점, 1.6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현대 때 두 차례 우승해 봤던 김재훈은 큰 경기 경험을 바탕으로 고비에서 3점슛까지 꽂아 프로 최다 타이인 통산 세 번째 챔피언의 감격을 안았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6차전 패배 후 모비스엔 무슨 일이…
“폭탄과 양초로 다시 하나가 됐어요.”
프로농구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1일 우승 뒤풀이 자리에서 다소 엉뚱한 얘기를 털어놓았다.
모비스 선수단은 지난달 30일 KTF와의 6차전에서 진 뒤 분위기가 완전히 가라앉았다. 3승 1패로 앞서다 3승 3패가 돼 쫓기는 처지가 돼서다. 이날 밤 속이 타 울산 숙소 근처 치킨집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던 유 감독에게 양동근이 찾아왔다. “감독님, 야식 먹으러 몇 명 나왔는데 맥주 한잔 하면 안 될까요. 잠이 안 올 것 같아요.”
이 말에 유 감독은 아예 숙소에 있던 나머지 선수를 모두 불러 주점에서 ‘번개 모임’을 열었다. 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가 몇 바퀴 돌았고 선수들은 ‘부담 없이 잘해 보자’며 의기투합했다.
심야 회식으로 각오를 다진 모비스 선수들은 7차전 직전에는 유 감독의 제의로 라커룸에서 전등을 끄고 종이컵 사이즈의 커다란 양초 하나에 불을 밝혔다. 유 감독은 “마지막 경기에서 촛불처럼 모든 걸 태워 보자. 촛불은 꺼지기 전이 가장 밝다고 한다”고 말한 뒤 5분 동안 명상의 시간을 가졌다.
모비스가 정상에 오른 것을 보면 두 가지 깜짝 이벤트가 통한 게 틀림없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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