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만의 오락프로그램 출연, ‘정말 문제였나?’

  • 입력 2007년 3월 6일 16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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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타는 성적으로 말한다. 스포츠 스타는 좋은 결과만 내면 경기 외적인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지 못할 경우엔 사소한 일로도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요즘 최홍만이 그렇다.

지난 4일 K-1 요코하마대회에서 마이티 모에게 충격의 KO패를 당한 최홍만. 경기 후 그의 TV 연예오락프로그램 출연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시합의 패인이 훈련 부족 때문이었고 격투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로 훈련에 몰두해야 할 시간을 허비했다는 지적이다.

최홍만은 그동안 KBS ‘최홍만과 강한 친구들’, ‘여걸식스’ 등에 고정 출연했고 최근에는 ‘미녀와 야수’라는 2인조 그룹을 결성해 가수로도 데뷔하는 ‘끼’를 과시했다. 최홍만은 지난 두 번의 K-1대회에서 입장시 직접 랩을 소화했고 여성 보컬과 멋진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 무대를 위해 상당한 연습량이 필요했을 것이란 추측도 가능하다.

그동안 일부에서는 최홍만의 이런 경기 외적인 활동에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으나 최홍만이 링 위에서 승승장구하자 자연스럽게 묻혀 버렸다.

그러나 지난 요코하마대회에서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마이티 모의 라이트훅 한 방에 무너지자 드디어 이 문제가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최홍만을 향하는 누리꾼들의 비난도 주로 그의 과도한 방송출연을 탓하는 내용이 많았다.

그러나 격투기계 주변에서는 최홍만의 패배와 방송 출연에는 큰 연관이 없다는 시각이 많다. XTM의 김대환 격투기해설위원은 “최홍만이 얼마나 훈련 시간을 빼앗겨가며 방송에 출연했는지 모르겠지만 그의 이번 패배는 발목 부상 등 컨디션 저하가 컸다” 며 패배의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았다. 그는 최홍만이 그동안 오락프로그램에 꾸준히 나오면서도 파이터로서의 기량이 점점 향상 됐었던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번 요코하마 대회를 직접 중계한 김대환 해설위원은 “최홍만이 개인의사와 달리 매니지먼트사나 후원사의 요구로 오락프로그램에 나와야 했을 수도 있다”며 최홍만의 방송 출연에는 부득이한 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격투기 에이전트도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밥 샙 같은 선수도 일본에서 자주 TV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다. 프로선수라면 방송 출연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에이전트는 “방송이 훈련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라는 조건을 달았다.

반면 프로레슬러이자 격투기 전문가인 김남훈씨는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내가 알기로는 TV오락프로그램이 주로 밤늦게 녹화하는데 최홍만이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하는데 지장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훈씨는 “밥 샙도 비시즌 동안 단발로 방송에 출연했다. 표도르, 피터 아츠 등 어느 탑 파이터도 최홍만처럼 정기적으로 오락프로그램에 나온 적은 없다”며 “연습이 부족해서 졌다고 하는데 방송출연을 안했더라면 연습 시간을 좀 더 확보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반문했다.

덧붙여 김남훈씨는 K-1 GP 챔피언 세미 쉴트의 예를 들며 “쉴트는 스스로 격투기를 위해 태어났다고 여기며 오직 격투기만을 생각하는 선수다. 그랬기에 지금 챔피언이라는 왕좌에 앉아있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최홍만의 입장에서는 지금 자신에게 쏟아지는 이런 비난이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명백한 사실은 지난 경기에서 그가 분명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는 점. 지금은 최홍만이 오락프로그램에 나와 연예인들과 '닭싸움'을 하는 장면이 팬들에게 좋게 비춰질 리 없고 '테크노 골리앗‘의 위용을 되찾기 전까지 모든 비난은 일단 최홍만의 몫일 수 밖에 없다.

정진구 스포츠동아 기자 jingooj@donga.com

[화보]충격의 KO패 당한 최홍만 경기 주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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