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가 K-1에서 통할까?

  • 입력 2007년 2월 14일 15시 23분


‘태권도가 과연 격투기 무대에서 통할 수 있을까?’

이종격투기 경기를 보다보면 이러한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실전에서 매우 유용한 무술로 알려진 태권도. 하지만 태권도 선수가 사각의 링 위에서 복싱이나 무에타이 선수와 직접적으로 겨뤄 볼 기회는 전무 했다.

태권도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이자 문대성의 오랜 라이벌인 박용수(27)가 오는 18일 열리는 ‘K-1 파이팅 네트웍크 칸 서울대회’를 통해 드디어 이종격투기 링에서 태권도의 경쟁력을 심판 받는다.

이미 박용수는 지난 해 격투기 선수로 전향했고 현재까지 K-1 전적 2전 2승을 기록하고 있다.

일반적인 트렁크가 아닌 태권도복을 입고 링에 오르는 박용수는 자신의 장기를 살려 현란한 발차기로 상대를 제압해 왔다. 2미터에 가까운 신장에도 불구하고 빠른 스피드를 지녔고 일반 무에타이 선수들에게서 볼 수 없었던 좌우 가리지 않고 나가는 연속 발차기는 실로 가공할 만 하다. 킥 능력으로만 본다면 ‘하이킥’의 대명사로 불리는 크로캅에 전혀 뒤질 것이 없다.

이정도면 태권도의 위력을 증명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섣부른 판단이다. 지금까지 박용수가 상대해 온 리키 조, 와타나베 다이스케(이상 일본) 등은 격투기계에서 전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2류급 선수들. 이들은 박용수의 발차기 공세에 지레 겁을 먹고 접근전 조차 펼치지 못하고 허무하게 무너졌다.

박용수의 소속사인 T엔터테인먼트 측은 지난 두 경기에 대해 “지금까지 K-1 적응에 중점을 뒀다.”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박용수 스스로도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경기”라고 자평할 정도다.

그러나 박용수가 K-1 칸 대회에서 맞붙게 될 상대는 급이 다르다. 바로 2004년 K-1 서울대회 우승자인 카오클라이 켄노르싱(태국). 신장 180cm에 85kg의 몸무게로 결코 크지 않은 체격이지만 K-1의 헤비급 선수들과 당당히 맞서며 명성을 떨쳐온 선수다.

자타가 공인하는 테크니션인 카오클라이는 2004년 K-1그랑프리 8강에서 괴력의 소유자 마이티 모(미국)를 하이킥 한 방에 쓰러뜨렸고 2005년 K-1 서울대회에서는 자신보다 40cm나 큰 최홍만을 상대로 연장 접전을 펼친 끝에 아쉽게 판정패를 당하기도 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기술과 경험에서 한 수 위인 카오클라이의 승리를 점치고 있다. 제 아무리 박용수가 강한 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신기의 가드 능력과 스피드를 가진 카오클라이의 벽을 넘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문제는 승패를 떠나 박용수가 처음 경험해 보는 K-1 강자를 상대로 얼마만큼의 선전을 보여주느냐다.

사실 박용수는 그동안 펀치와 가드 없이, 마치 태권도 겨루기를 하듯 격투기 링 위에 서왔다. 또한 3라운드를 소화할 수 있는 체력도 검증되지 않았다. 이 두 가지를 보완하는 것이 급선무다.

박용수는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유명 트레이너인 스티브 칼라코다의 지도로 훈련을 쌓으며 이 부분을 집중 연마했다. 스스로도 “이번에는 전과 다른 경기를 보여줄 것.”이라며 태권도가 아닌 격투기 선수의 자세가 나올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펀치와 가드를 어느 정도 보완했다는 의미다.

링 사이드를 빙빙 돌며 역습을 노리는 카오클라이의 특성상 박용수가 확실한 가드 없이 파고들다가는 치명적인 상황을 초래 할 수 있다. 2004년 K-1 서울대회에서 데니스 강이 가드를 소홀히 하다 카오클라이에게 카운터를 맞고 무릎을 꿇었던 점을 상기해야 한다.

그러나 MBC ESPN의 이동기 해설위원은 박용수에게도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박용수의 약점은 많다. 하지만 태권도의 킥이 상당히 빠르고 거리가 있기 때문에 가드 문제가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다.”며 “특유의 킥으로 초반에 승부를 본다면 승산이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민속씨름 출신인 최홍만이 K-1을 점령했듯, 또 다른 한국의 무술 태권도 역시 일본의 격투기 무대에서 우뚝 설 수 있을까. 박용수가 카오클라이의 벽을 넘어서는 순간, 현실이 될 수 있다.

정진구 스포츠동아 기자 jingooj@donga.com

격투기포털사이트 킥앤펀치 (kicknpun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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