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쟁·호·투’… 양용은-우즈, 16일부터 日서 리턴매치

  • 입력 2006년 11월 14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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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났더니 세상이 달라졌다. 볼이라도 한번 꼬집어보고 싶다.

귀국길 비행기에서 집어든 신문마다 자신의 사진이 큼지막하게 실려 있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오른쪽)와 나란히 포즈를 취한 것도 많았다. 그 사진 속 우즈 옆에 있는 인물이 ‘바로 나’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공항에는 수십 명의 취재진이 몰려들어 플래시 세례를 퍼부었다.

유럽프로골프투어 HSBC 챔피언스에서 우승한 양용은(34·게이지디자인·왼쪽)이 금의환향했다.

양용은은 13일 새벽 귀국할 예정이었으나 행사와 밀려드는 인터뷰 요청 때문에 당초 예약했던 항공편을 놓쳐 이날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그는 “사실 이번 대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출전했는데 덜컥 우승까지 했다. 우즈와 찍은 사진이 합성사진처럼 느껴질 만큼 실감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내내 밝은 미소를 보인 양용은은 고생한 가족을 떠올리며 “아내에게 좋은 차를 사주고 싶다. 10년 만 기다려 달라고 했는데…”라며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기쁨을 마음껏 즐길 여유도 없이 그는 14일 일본으로 출국한다. 16일 일본 미야자키 현 피닉스CC(파70)에서 개막되는 2006던롭 피닉스 토너먼트에 출전하기 위해서다.

이 대회에서는 3연패를 노리는 우즈와 2주 연속 맞붙는다. 지난주 HSBC 챔피언스 시상식 전까지 우즈는 “양용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일본에선 우즈가 양용은에게 먼저 인사할지도 모를 일이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6연승을 질주하던 그가 양용은의 돌풍에 막혀 준우승에 머물렀으니 강한 인상을 받았을 터. 우즈는 12일 대회가 끝난 뒤 곧바로 전용비행기편으로 일본에 도착해 타이틀 방어를 향한 준비에 들어갔다.

우즈와의 리턴매치를 앞둔 양용은은 “다시 경기를 한다면 이길 자신이 없다”면서도 “골프는 변수가 많은 만큼 누가 우승한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대회조직위원회는 양용은이 같은 기간 벌어지는 유럽투어 겸 아시안 투어인 홍콩오픈에 출전하는 게 아닌가 노심초사하다 출전이 확정되면서 우즈와의 재격돌에 높은 기대감을 표시했다.

달라진 위상을 실감하게 된 양용은은 이번 주 세계 랭킹 38위로 뛰어올라 내년에는 ‘명인 열전’이라는 마스터스에도 초청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유럽투어의 굵직한 대회에도 자동 출전하게 된다. 스폰서 계약도 몰려들 것으로 보인다.

‘고생 끝, 행복 시작.’ 요즘 양용은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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