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그 권윤민 드래프트 좌절… 불합리한 야구규약 무효訴

  • 입력 2006년 8월 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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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긴 쉬워도 돌아오긴 힘들다.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 실패한 한국 선수들 얘기다.

그들이 돌아오면 팬들의 관심 제고와 흥행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대표적인 예로 권윤민(27·전 시카고 컵스 포수·사진)의 도전을 눈여겨봐야 할 듯싶다.

권윤민은 16일 열리는 2007시즌 신인 2차 드래프트에 나서려 했지만 최근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불가’ 통보를 받았다.

권윤민은 국내 프로 구단 소속으로 등록한 사실이 없이 외국 프로 구단에서만 활동한 선수이기 때문. 야구 규약 107조 2항에 따르면 1999년 이후 해외에 진출한 선수는 국내 구단과 2년간 입단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

1999년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 계약한 그는 어깨 인대 부상 등으로 2004년 10월 방출 통보를 받았다. 아직 2년이 지나지 않았다. 계약 당시 대한야구협회로부터 무기한 자격정지를 당했던 그는 또 올해 봄에 징계가 풀리긴 했지만 프로-아마 협정에 따라 1년이 지난 내년 3월 22일 이후에야 자유의 몸이 된다. 따라서 올해가 아닌 내년 드래프트에 참가하면 2008년에나 뛰게 돼 실제로는 3년을 쉬어야 한다.

그가 작년 11월부터 모교인 인하대에서 훈련에 매진해 왔던 것은 몇몇 구단의 복귀 종용 때문. 그는 훈련에 열중하기 위해 6월에 Xports의 해설가를 그만두기까지 했다. 이런 그에게 드래프트 참가 불가 통보는 청천벽력이었다.

이유는 일부 구단의 극심한 반대. “규약을 어길 수는 없다. 1998년 현대에 고졸 우선 지명된 권윤민은 당시 불이익을 당할 것을 알고도 미국행을 택했다”는 것.

이에 권윤민은 자신을 위해, 또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후배 선수들을 위해 법적 절차를 밟기로 했다. 권윤민과 그의 변호인인 오명근 변호사는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2차 드래프트 신청 자격 부여 가처분 신청’을 낼 예정이다. 이와 함께 국외파의 국내 복귀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야구 규약의 개정을 위한 소송도 고려 중이다.

권윤민은 “나를 포함해 국외에 나가 있는 많은 선수가 한국에 오고 싶어 한다. 그러나 현 규약대로라면 오고 싶어도 올 수가 없다. 마이너리그에서 고생하는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내가 앞장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권윤민과 오 변호사는 8일 KBO를 방문해 이 같은 뜻을 전달했으나 KBO는 “규약에 따라 어쩔 수가 없다”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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