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 스페인 승부차기로 격침 ‘홍명보 4강볼’ 한국 온다

  • 입력 2006년 8월 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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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한일 월드컵 한국과 스페인의 8강전. 다섯 번째 키커 홍명보(오른쪽)가 승부차기 골을 성공하고 있다. ‘한국의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공이 4년 만에 한국에 온다.(왼쪽 사진) 당시 주심 가말 알 간두르 씨(오른쪽 사진의 왼쪽)가 7일 이집트 카이로 인근 자택에서 축구 수집가 이재형 씨에게 ‘4강 신화’ 공을 전달했다.
2002 한일 월드컵 한국과 스페인의 8강전. 다섯 번째 키커 홍명보(오른쪽)가 승부차기 골을 성공하고 있다. ‘한국의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공이 4년 만에 한국에 온다.(왼쪽 사진) 당시 주심 가말 알 간두르 씨(오른쪽 사진의 왼쪽)가 7일 이집트 카이로 인근 자택에서 축구 수집가 이재형 씨에게 ‘4강 신화’ 공을 전달했다.
2002년 6월 22일 광주월드컵경기장.

한국의 다섯 번째 키커 홍명보(현 국가대표팀 코치)가 찬 공이 쏜살같이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한국 축구가 세계 최고 무대인 월드컵에서 승부차기 끝에 스페인을 꺾고 4강 신화를 쓴 순간이었다.

온 국민을 희열에 떨게 했던 그때 그 축구공이 4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와 영구 전시된다.

여기에는 축구 전문 수집가 이재형(45) 씨의 눈물겨운 노력이 있었다.

행방조차 묘연했던 이 공은 당시 주심을 맡았던 이집트인 심판 가말 알 간두르(48) 씨가 보관하고 있었다. 공의 소재를 알게 된 이 씨는 1년 전부터 치밀한 준비를 했다. 결국 7일 카이로 인근 라합 신도시 자택에서 간두르 씨를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공을 받아온다는 보장은 없었다. 간두르 씨는 ‘가문의 영광’으로 간직하던 공을 그냥 내놓고 싶지 않았다. 부심은 물론 ‘외계인 심판’ 피에르루이기 콜리나 씨를 비롯한 다른 심판의 사인까지 받아 놓은 상태였다. 게다가 간두르 씨는 이 경기 이후 스페인 언론과 팬에게서 ‘살해 위협’까지 받을 정도로 괴롭힘을 당했다. 오심 논란과 심판 매수설까지 그를 옭아맸다.

이 씨는 이런 간두르 씨를 “당신이 이 공을 가지고 있으면 가문에는 영광이겠지만 한국에 가면 축구 역사와 함께 길이 남을 것”이라고 설득했다. “공을 전시하면서 당신의 명예도 반드시 회복해 드리겠다”는 다짐도 함께.

결국 간두르 씨는 이 씨에게 “당신 참 대단한 사람이다”라면서 공을 내놓았다.

이 소식을 들은 한국대사관도 경사가 났다. 최승호 주이집트 대사는 9일 카이로 대사관저에 간두르 씨와 이 씨를 초청해 ‘공식 전달식’을 열기로 했다.

이 씨는 2004년에도 에콰도르까지 날아가 한국-이탈리아 16강전 주심이었던 비론 모레노 심판에게서 안정환의 골든볼을 받아 온 주인공. 11일 귀국하는 이 씨는 홍 코치를 비롯해 황선홍 안정환 이운재 등 이 공으로 4강 신화를 이뤄 낸 태극전사들과 함께 기념식을 한 뒤 모두가 관람할 수 있는 곳에 전시할 계획이다.

한편 간두르 씨는 당시 판정 논란에 대해서도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후반 3분 스페인의 이반 엘게라와 김태영이 경합을 벌이다 들어갔지만 반칙 선언된 골에 대해 그는 “엘게라가 마스크맨(김태영)의 목을 누르는 것을 눈앞에서 똑바로 봤고 바로 휘슬을 불었다. 골이 들어가기 전에 휘슬을 불었던 명백한 반칙”이라고 말했다.

간두르 씨는 “한국이 조용히 있자 스페인은 물론 이집트 팬들조차 나를 의심하더라”며 “한국에 너무 섭섭해서 지금까지도 한이 남아 있다”고 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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